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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고금리정책쓰자 미국민들 예금인출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의 돈값이 자꾸 비싸지고 있다. 미국안 주요은행의 프라임레이트가 지난주엔 20.5%까지 치솟는 바람에 미국은 물론 유럽의 주요선진국들의 경제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직전최고 20·5%까지 올라갔던 미국의 프라임레이트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 금년4월초엔 17%선에서 안정되는가 싶더니 그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 5월말에는 또다시 20%선을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고금리현상은 일반 미국시민들의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10년전만해도 미국인들은 생활비에서 남는 돈을 은행 「저축구좌」에 넣고 연4·5%의 이자를 타쓰는 것을 큰 낙으로 알았다. 그러나 목돈깨나 있는 미국인들은 이재 그정도의 이자배당은 거들떠보지도 않게됐다. 이들은 저축구좌에 저금한 돈을 모두 빼내서 연15∼20%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각종자금증서 우대적금 공채 주식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이 비싼 이자를 주는곳을 찾아 은행예금을 인출하는 바람에 미국내 은행의 90%가 예금격감현상을 빚었고 보통예금만 취급하는 상당수의 은행들은 문을 닫을 지경이다. 올들어 5개월동안에만 미국은행들은 무려4백30억달러의 예금을 빼앗겼으며 70년 8%정도이던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10년만에 4·7%로 뚝 떨어졌다.
현재 미국안의 은행총수는 l만4천5백개. 이는 전세계의 다른 나라들의 은행을 모두 합친것보다도 많다. 그러나 10년전에는 세계10대 은행중 6개가 미국은행이었으나 지금은 시티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만이 끼여 있을뿐이다.
미국인들이 예금을 빼내 자금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연10%가 넘는 인플레율과 높은 세금을 견뎌내기 위해선 현재5.28%의 이자를 지급하는 보통예금구좌만 가지고는 앉아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할때 당장 높은 이자를 물어야하는 시민들이 자기돈의 가치가 그대로 떨어지도록 방치할리는 없는 것이라고 고금리현상은 일반시민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은행자체의 활동에도 큰 변혁을 강요하고있다.
인플레를 잡기위해 긴축정책을 쓰고있는「레이건」의 경제정책때문에 기업들은 대단한 자금압박을 받고있으며, 기업스스로가 싼자금을 얻어쓸 방법이 없는가를 연구하기에 혈안이 돼있다.
그래서 IBM같은 대기업은 은행예금을 빼내서 이돈을 자금시장에 투자하는가하면 미국내 최대백화점인 시어즈는 직접 금융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최근 타임지는 돈의 개념에 관한 이같은 미국인들의 사고변화는 『12세기 「마르코·폴로」가 중국인들이 지폐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이래 가장큰 변혁』이라고 비유했다. 「레이건」 행정부안의 일부 경제관리들의 주장대로 경제원칙론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고금리 정책은 물론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기는 하다. 즉 『사람들이 돈을 꾸는데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미국내의 소비량이 줄고 장기저축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인플레도 잡힐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경제가 그렇게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데 「레이건」행정부의 고민이 있다.
또 이와같은 미국내의 고금리연상은 유럽각국의 국내사정과 적당히 상관관계를 맞으면서 해외에서의 달러가치를 다시 끌어올려 유럽의 금융질서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경기침체를 못 벗어나는 영국사람들, 새대통령 「미테랑」의 극유화정책을 두려워하는 프랑스의 기업인들, 정국불안에 지쳐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대거 돈을 싸들고 「높은 이자를 주는」 달러화의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미국달러를 가져야만 안도감을 갖게된 심리적 요인에다가 실제로 미국에 온 유럽달러는 연평균18·5%의 이자를 지급받기 때문에 유럽각국의 금융질서가 곤란에 빠지고 있다.
그래서 유럽국가들도 서로 이자율 올리기 경쟁에 나섰으나 근본적으로 한정된 질서가 형성되지 않는한 이문제는 오는 7윌하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서방7개선진국 경제정상회담에 대단한 쟁점으로 등장할 것 같다.
미국경제는 확실히 고금리현상과 세금삭감논쟁·긴축·사회복지계획의 축소에다가 국방비는 사상유례없이 대폭 증액시키는등 갖가지 불안요소로 점철돼있다.
「부시」 부통령자신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경제는 「요술경제」라고 부른적이 있다. 이 요술경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야 더바랄 나위가 없지만 그렇지못할 경우엔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의 앞날은 기적을 바라면서 환상을 쫓는 고달픈 작업의 연속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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