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있는 대담한 결정|시호·장소결정마저 북한에 맡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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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한 최고책임자의 상호방문을 제의한 1·12제의는 통일에 접근하는 가장 실효성있는 방법의 제시 내지 원칙 선언이었다.
그에 비해 전두환대통령의「6·5제의」는 이러한 방법과 원칙에 논리와 철학을 부여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의 제시로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상호신뢰와 동질성을 회복하여 민족통일의 염원을 달성시키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실천의지의 천명이다.
지금까지 통일논의는 다소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강조된 나머지 이에 접근해 가는 논리구성이나 철학의 부여에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전대통령의 6·5제의는 논리구성의 정연과 가치체계의 확립으로 누구나 승복해야할 철학이 관류하고있다.
그것은 통일의 주체를 어느 외세도, 어느 계급이나 위정자도 아닌 6천만 우리민족전체라고 규정지은데서 출발한다.
전대통령은 『통일은 민족전체의 자유의사에 의해 해결돼야 하는데도 북한의 무력적화 야욕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편견·독선·불신·오해를 제거하기 위해 상대방의 진의와 실상을 알아야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확신에서 나온 것이 바로 l·12제의이지만 「최고책임자회담도 민족전체의 통일의지를 연결시켜주는 하나의 계기이자 통로에 불과」하므로 민족전체의 통일의지의 충실한 발현을 위해 남북한 당국이 서로 그 사회를 겸허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북한측이 사회의 완전개방을 꺼린다면 우선 체육·문화·학문·우편·경제교류부터라도 시작해도 좋다는 여유를 보이고있다.
6·5제의에 투영된 전대통령의 통일논리는▲통일은 전민족적 과제이며▲전쟁은 억제돼야 하고 통일은 평화적 방법에 의해야하며▲통일은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특정정당·특정체제·특정사상만의 전유물일수도 없으며 마찬가지로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전 국민의 통일의지를 집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을 총망라한 평화통일 정책자문회의와 순수 민간단체인 민족통일중앙협의희(의장 간관자)의 적극적인 기능이 예상된다.
전대통령의 대담한 「사회개방 제의」는 우리 국력에 대한 절대적 자신감에 뒷받침된 유연과 여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대통령은 1·12제의 때도 지키지 못할 미사여구의 일방적인 남발이나 서면약속이 아니라 단 한가지의 합의라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결연한 실천의지를 보였었다. 이번에도 만약 남북한의 상호방문이 어렵다면 제3의 장소에서 만날 수도 있고 그 시기나 장소 선택을 몽땅 북한당국에 일임함으로써 이를 또 한번 과시했다.
또 최고책임자회담이 실현될 때 논의될 의제도 아무런 제한이 없음을 미리 밝혀놓았고 이를 위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이야말로 북한측의 어떠한 핑계에도 대응, 통일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벽돌을 쌓아올리듯 착실히 접근해 가려는 전대통령의 강렬한 집념을 나타낸 것이라는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최고책임자회담이 실현될때 어떠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표현은 상호불신·경쟁의식에서 비롯됐던 과거의 통일논의자세를 탈피하고 적어도「말할 내용」이 「만날기회」를 제약하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1·12제의는 북한을 필요이상으로 지지하는 일부국가를 제외한 상식을 갖춘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환영과 지지를 받고있다.
그러한 제의의 합리성이 최고책임자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앉을 이유일수도 있다. 그래서 당국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간 이번의 6·5제의에 대한 즉각적인 북한측의 반응이 어떻든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길 인내로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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