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듯 ?험화꾸며내|「할리·리프먼」기자가쓴 폴란드기사 가짜소동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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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 포스트지의 허위기사『「지미」의 세계』가 준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미언론계에 이번엔 뉴욕타임즈와 런던 타임즈가 관련되고 폴란드의 자유노조와 「바왠사」까지 등장하는 조그마하지만 「국제적」인 조각기사 시비가 일어났다.
지난달 11일, 영국의 런던타임즈지는 홍미진진한 르포기사를 하나 실었다. 지하생활 기사의 표제는「폴란드에서의 도피행각-솔리대리티(자유노조)의 친구들과 함께」였다. 집필자는 미국인 프리랜스기자인 26세의「할리·리프먼」.
뉴욕타임즈두 산하의 뉴스공급회사인 뉴욕타임즈 신디케이션 세일즈두가 공급한 특별기획기사였다.
-바르샤바공항에 도착하자 기관원의 심문이 있었다. 마중나온 솔리대리티의 친구들은 공항로비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사흘후 내가 머무르던 아파트에 경찰이 찾아왔다. 추방령이었다 (중략). 나는 지하로 은신했다. 솔리대리티의 친구들은 나를 숨바꼭질하듯이 안가에서 안가로 옭겨가면서 도망다니게 했다.
이런식으로 시작된 기사에서 「리프먼」은 자신이 지난1월하순부더 2월까지 폴란드정부의 추방령을 피하기위해 지하로 잠입, 솔리대리티의 도움으로 27일동안 폴란드전국을 돌아다녔다고 썼다. 그의 모험담은 마치 소설처림 tm릴 만점이었다.
-두눈이 가리어진채 바르샤바교외의 한 창고에 이끌려갔다.
그곳에서 나는 폴란드군공정대원 1개소대와 만났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소련군이 쳐들어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민족주의자인 한 군장성과도 비밀리에 만난적도 있다.
-아슬아슬하게 경찰의 손을 피한 일도 많았다. 그 한번은 열차에서였다. 경찰이 접근하자 나를 안내하던 친구가 『도와주시오. 미국인 친구가 위험합니다』라고 소리질렀다. 그러자 열차의 통로는 경찰관의 길을 막아주려는 사람들도 빽빽이 메워졌다.
「리프먼」은 또 도망기간중 폴란드군인들의 반소비밀활동을 자주 목격했으며 솔리대리티지도자인「레호·바웬사」의 집에도 1주일동안 묵었다고 밝혔다.
「리프먼」이 그린 솔리대리티의 조직과 활동은 바로 2차대전때의 레지스탕스 그대로였다. 폴란드쪽에서 좋아할리가 없었다.
런던타임즈에 기사가 나간직후 폴란드외무성과 솔리대리티는 입을 모아 이기사가 「조작된것이라고 비난했다. 솔리대리티대변인「야누시·오니시키비치」는 런던타임즈에 보낸 항의편지에서 『이기사는 폴란드의 실정을 크게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솔리대리티가 도망자를 돕기위해 은신처들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며 「리프먼」기자는 「바웬사」위원장의 친구가 아니고 그의 집에 묵은 적도 없다. 기사의 다른 부분들도 하나하나 반증할수는 없지만 거짓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런던타임즈지와 브라질의 아젠시아에스타도, 캐나다의 밴쿠버프로빈스지, 미국안의 3개신문등 모두 6개지에 게재됐다. 말썽이 나자 뉴욕타임즈는 곧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그결과 이기사는 별써 몇주일전에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보스턴글러브지의 항의를 받고 배급을 중단한것으로 밝혀졌다. 필자인「리프먼」에 관한 조사에서도 의문점은 속속 드러났다.
그가「은신중」이라던 기간에 그를 공공장소에서 봤다는 서방기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기간중 또 그는 바르샤바에서 열린 폴란드기자들의 세미나에 얼굴을 비쳤는가하면 외무차관인「마리안·도프로지엘스키」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때 그는 자신이 사는 보스턴출신 상원의원인「에드워드·케네디」가 써준 추천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또 취재용 비자 아닌 관광비자로 폴란드에 입국했으며 아무 신문사에도 소속돼었지 않은 프리랜서이면서도 가는 곳마다 적당히 소속사이름을 둘러댄 사실도 드러났다.
기사내용에서도 바르샤바교외에서 만났다는 폴란드공정대원들의 복장묘사가 사실과는 다른가하면 솔리대리티 「친구」들의 이름도「바웬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철자가 틀리는등 엉성한 부분이 많았다. 기사의 끌맺음 부분에서도 그는 바르샤바 공항에서 출국할때 기관원의 심문을 받았으며 비행기가 1시간 연발했다고썻으나 당시 같은 비행기를 탔던 한 기자는 『비행기는 정시에 떴다』고 증언했다.
심증을 굳힌 뉴옥타임즈사는 런던타임즈등에 공식사과를 했다.「월터·매슨」사장은 지난달 30일 공개성명에서 『이 기사의 정확성에 의문점이 있는 것 같다』고 시인하고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에는 어디까지나 산하의 신디케이션세일즈사만이 관련됐지 뉴욕타임즈지 편집자들은 이기사를 보지도, 싣지도 않았다고 변명했다.
한편 당사자인「할리·리프먼」은 기사내용이「완전히 사실」이라고 굳세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솔리대리티가 정부나 소련과의 마찰이 두려워 기사내용욜 부인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바웬사」가족과 함께 적은 여리장의 사진 및 회견내용을 녹음한 90분짜리 카세트테이프를 「증거품」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와「바웬사」가 함께 들어있는 사진은 라이프지 최근호에도 게재된 바 있다.
그러나 폴란드에 있는 서방기자들은「바웬사」가 집이나 사무실로 자신을 찾는 사람들 누구하고 든지 사진을 찍기때문에 이것은 별다른 우정의 증거가 되지못한다고 말한다.
기사전체의 방향에 대해서는 「리프먼」자신도 『분석적인 기사가 아니라 개인적 체험담일뿐』이며 등장하는 인물들중엔 『솔리대리티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소수강경파들』 도 있다고 어느정도의「왜곡」은 인정하고 있다.
「리프먼」은 75∼76년에 바르샤바대로 유학가 음악과 정치학을 공부한후 콜럼비아대대학원에서 2년간 중동혈문제를 전공해 79년 석사학위를 받은, 이를테면 공산권전문가다. 이밖에 AFL-CIO의 청년조직과 「대니얼· 모이니언」상원의원사무실등에서 일한적도 있는 이 「똑똑한 청년」도 「재니트·쿠크」처럼 명예욕과 「멋진기사」의 욕심에는 어쩔수 없었던 모양이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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