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121)|「증권거래소」증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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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2년 초를 전후한 당시의 증권회사들은 자기상품매매도 많았으나 증권매매수수료가 큰 수입원이었다.
필자는 증권회사를 직접 경영했다기 보다는 증권매매에만 신경을 쓴 셈이다.
이 당시 나는 통일증권과 일흥증권의 두 회사를 주축으로 하고 동명증권을 위시하여 대양증권 등 10여개 회사를 주거래 증권회사로 하여 매매를 전개했다.
그 중에서도 동명증권은 59년 대증주작전을 할 때에 알게된 강성진 상무와의 관계로 다른 회사보다도 많은 주문을 내게 됐다.
6개월간의 매매수수료만도 9억환에 이르렀다. 또 내 구좌의 매매증거금이 항상 20억환이 남아돌아 이 증거금의 일부를 활용했다고 후일 나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여하튼 필자는 내가 직접 투자한 통일·일흥증권 등 두 증권회사보다 최준문 씨의 동명증권과 더 많은 거래를 했다.
최씨와는 한번 인사를 나누었을 정도였으나 상무인 강성진 씨를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후에 강씨를 영화증권 사장으로 초빙했던 것이다.
비록 내가 설립했으나 통일증권이나 일흥증권에는 한번도 나가지를 않았다.
명동부근에도 별로 나가지 않았다. 62년1월초 명동의 모 호텔에서 며칠간 지낸 뒤 중구 회현동의 개인주택을 빌어서 생활했다.
작전구상은 주로 여기서 했다. 하루는 대양중권의 양한모 사장이 찾아왔다. 자기 회사에도 주문을 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양씨는 경찰출신으로 조선제분의 윤석준 사장이 동향이라는 점 때문에 대양의 경영을 맡긴 것이었다.
다른 증권회사와 마찬가지로 대양도 국채거래가 주된 상태에서 국채파동을 겪은 후로는 수수료 수입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이때부터 대양증권·동명증권 다음으로 많은 주문을 냈다.
그리고 통일증권과 일흥증권 외에는 서극형 씨의 대일증권과 김희관 씨의 대유증권과도 많은 거래를 했다.
서극형 씨는 국채파동으로 미화증권의 문을 닫게된 뒤 대일증권을 새로 인수하여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이들 회사들과 거래하며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려준 것으로 기억하고있다.
여기서 삼악증권(후일 중보증권)사장 김윤도 변호사와 태양증권 및 금성증권 사장 김동만 씨(현 해동화재보험회장)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조동엽 씨의 고소사건으로 필자가 괴로움을 겪고있을 때 많은 신세를 졌다.
검사출신인 김씨는 자유당시절 정치깡패였던 이정재를 직접 지휘하에 구속시킨 사건과 관련, 전남 순천지청으로 전보되자 사료를 던진 사람이다.
김동만 씨는 장외에서 실물을 대량으로 사서 다음날 바로 매도하는 것을 전문으로 했다. 실물을 장외에서 시가보다 조금 싸게 사서 그 다음날 오른 값으로 증시에 팔면 월말에 가서는 최소 월 1할 이상의 이익이 남았다.
62년4월1일 거래소가 주식회사 제도로 바뀌었다.
새로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재식 씨와는 별로 친분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은행장·증권회사 사장 등의 경력을 높이사 대대주인 나는 서씨를 이사장으로 강력히 추천했다(필자는 대증주의 약 50%를 갖고 있었음).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만난 일은 별로 없었고 일이 있을 때엔 전화로 연락한 것으로 기억된다.
서씨의 이사장 취임 후 필자는 증권거래소의 증자문제를 서 이사장과 상의했고 서 이사장은 천병규 재무장관과 의논했다.
증자규모는 6억환 에서 14억환을 늘려 20억환으로 결정됐는데 프리미엄이 문제였다.
당시 대증주의 주가는 액면 50전 짜리가 35환 선으로 무려 70배나 됐다.
필자는 이를 근거로 최소 35배의 프리미엄은 붙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으나 결국 서 이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액면가의 28배(2천8백%)인 14환의 프리미엄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증주는 12억 주에서 40억 주로 늘어나고 거래소자금은 근 4백억환이나 늘어나는 셈이 됐다.
물량부족현상을 빚고 있는 증시를 어느 정도 풀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각 증권회사와 시중은행 청약창구에서 일제히 공모했다.
50전 짜라 대증주가 28배의 프리미엄이 붙어 14환 50전에 청약을 받는데도 장사진을 이루었다. 서울의 경우 청약전날 밤 청약을 받는 증권회사·은행부근의 여관방이 청약인파로 초만원을 이루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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