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주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외 이주비 한도를 오는 6월부터 가구당 10만달러까지 올린 조치는 요즘 사회적으로 분분한 논의를 자아내고 있다.
우선 종래의 한도 6천달러가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는 누구나 시인하고 있는 바다. 사실 현해외이주비한도는 너무 낮아 그동안 여러 부작용을 조장해왔다는 점에서 이의 현실화방향만은 결코 나무랄데가 없다.
한가족이 6천달러를 가지고 해외이주를 한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따라서 이주자들은 비정상적 방법에 의한 자금유출이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현실화 명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무슨 이유든 고국을 뗘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배려를 한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외이주를 현실화한다해도 한꺼번에 16배씩이나 올려야하며 그것도 오늘의 시점에서 그처럼 풀어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과제는「인정론」과는 구별해서 검토되어야할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동포에게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외화사정이 그만큼 여유가 있느냐도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외환사정은 녁넉한 편이 아니다. 작년의 56억8천7백만달러 경상적자에 이어 올해엔 7O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금년에 이자로 나가는 돈만해도 17억달러나된다.
이러한 경상적자는 모두 해외차입으로 메워지고있다.
다행히 외자도입이 순조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제수지적자문제가 풀려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해선 지금부터 대책을 서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이문제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무드인 것은 무척 경계해야할 일이다.
이미 안고있는 외채와 거기따르는 원리금상환부담을 생각하면 한푼의 외화도 아끼고 쪼개쓰지 않으면 안된다.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한다.
물론 해외이주비 한도를 10만달러로 늘린다해도 그것을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10만달러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많지않을 뿐더러 자금출처조사등 여러제약이 있으므로 실제 가지고 나가는 것은 그보다 적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이주비한도를 10만달러까지 성급하게 높일 필요가 있을까. 이 점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1년에 이민가는 사람이 1만가구쯤 되니 5만달러쯤 가져가면 5억달러, 7만달러면 7억달러, 10만달러면 10억달러다.
우리돈으로 7천억원 가까운 액수다. 이만한 자금을 가령 조림에 투자한다면 아마 강산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도 한해가 아니라 10년쯤 거듭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민10년의 그것과 대비해 어느쪽이 더 조국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인지 생각해 볼수도 있다.
더구나 이주비를 공식적으로 외국환은행에서 바꿔줘야 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외환수지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것이다. 공식한도를 높게 정해놓으면 그것이 악용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
물론 개방적인 이민정책 그자체는 누구나 수긍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주비한도를 한꺼번에 높이기 보다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또 해외교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이주비를 대폭 올리는 편보다 현지에서 금융혜택을 받게 할수 있는 방안, 즉 한국외국환은행의 대출한도를 확대한다든지 교포들이 현지은행을 세울 수 있게 지원한다든지 하는 것도 하나의 유효한 방법이 될 것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