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7회 임시국회 16일…「새국회상」은…|열심히 했지만 뭔가 부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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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국회의 진면목을 보여줄 첫기회란 정에서 관심을 모았던 1백7회 임시국회가 19일 막을 내렸다고 16일간의 이번 회기에서 새국회가 과연 그전부터 다짐해온대로 구습을 탈피했으며, 말그대로 화합과 대화의 정치를 보였는지, 또는 모든 정치문제의 원내수렴에는 얼마만큼 성공했으며 행정부와는 대등한 지위에서 국정에 참여했는지등에 관해 정치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결산과 지켜본 국민들의 객관적 채점이 나올 차례다. 대체로 『열심히 했지만 뭔가 미흡했다』 는 것이 주·객의 공통소감인 것같다.
각정당이나 의원들 또는 출석한 정부 공무원까지도 새시대에 알맞는 새로운 자세와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그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모색한 것만은 틀림없으나 그것이 다 호평을 받았거나 좋은 결실로 연결됐다고만은 말하기 어렵다. 또 아직껏 뭐가 새시대에 알맞은 것이며 뭐는 알맞지 않은 것인지도 불분명해 참여한 당사자도 확신을 갖고 임하지 못한게 확실했다. 그렇다보니 잘한다고 한게 결과적으로 핀트가 어긋난 것도있고 「이정도면…」하고 정했던 선이 현실적으로는 미흡했거나 불필요한 오버액션으로 돼버린 경우도 없지 않았다.
우선 의원 개개인의 자세를 말한다면 눈에 띈 자기현실욕만 뺀다면 크게 나무랄 구석이 없었던 듯하다.
과거에 비해 질서를 잘 지키고 열심이고 진지했던게 틀림없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자료조사나 발언준비같은 사전공부에도 열심이었던 것 같고 뭔가 새시대적인 인상을 보여주려 애쓴 것도 분명했다.
각정당들도 가급적 무리한 선을 정하지 않았으며 그나름대로의 통합과 이미지를 보여주려한 노력이 엿보였다.
이런 긍정적인 여러 가지 힌트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16일간 국회운영의 전체적인 인상에서 뭔가 허전한 듯한, 또는 헛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많이 나온말처럼 비록 전보다 부드러운 표현일망정「짚고넘어갈것」은 대부분 짚은 것도 사실이다. 3·25총선의 실상과 언론·학원이 처한 현실, 국정이 가는 기본방향에 대한 우려와 담장의 경제의 문제점등이 두루 거른됐고 회기·중에 터진 경산 열차사고에 대해서도 할만큼 다 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거론조차 부자유스러웠던 과거에 비해 거론한것만도 진일보할수 있지만 토론의 결과가 현실과 연결될때만그 토론은 의미가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미흡하다고 할수밖에 없다.
질문·답변이나 본회의·상위의 토론이 진지하지 않았던게 아니지만 현실감의 알맹이가 적었다고 보는 것이 역시 중논인 것같다.
의원들로서는 자기들이 과연 중요한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며 그만큼 자기들이 중시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듯이 보였고 국회서의 논의가 곧바로 현실과 연결될수 있으리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수있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여전히 결정은 국회아닌 딴데서 대부분 이뤄지는게 아닌가, 그리하여 국회서의 과정이란 결국 「헛도는」한 부분이 아닌가하는 고정관념적인 체념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보긴 어렵다.
또 거론 자체에도 뭔가 선을 넘지 않으려는듯한데가 많이 눈에 띄었던 것도사실이다. 국회활성화의 요체인 「정치의 원내수렴」 에는 아직 한걸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말이다.
그런점에서 자유로운 거론·토론을 가능케 할 탄력성의 문제는 이번 국회에선 시험받을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당이든 소수당이든 「참는 한계」 가 어디쯤인지 구체적인 힌트는 없었다.
그러나 정말 탄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수간부의 판단으로만 「괜찮다」 「안된다」를 결정할게 아니라 되고안되고를 각당이 각급 당내회의를 거쳐 결정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회의를 거치는 동안 격앙된 감정이나 분이 풀리고 이성적인판단을 내릴수 있게되며 즉흥적인 판단의 위험성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탄력성의 문제는 이른바 대화와 화합의 문제이며 대화와 화합의 정신은 형편이 좋을때보다는 형편이 나쁠때나 격앙됐을때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이문제와 관련해 다수당에 쉽게 변화될 체질적 성향이 있는 반면 소수당엔 여전히 당지도층의 컨트롤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당지도부가 당내 이견을너무 의식하고 「안전한 길」로만 걷기위해 불필요하게 강경해지거나 명분론에 집착할 우려가 기우만은 아닐것 같다.
비교적 사소한 문제에 관해 대범해지려고 애쓰는 노력은 평가할만 했다.
예컨대 상위서의 발언 순서문제 따위로 신경전을 벌이는 일 같은 것은 많이 줄었고 발언대를 의원이 사용해선 되느니, 안되느니 하는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별로 없었다.
새국회법의 첫 적용경험을 둘러싼 정당간의 입장차이가 드러났지만 이는 경험내용의 차이라기보다는 같이 느낀것을 어떻게 소화·처리하느냐의 방법문제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국회는 「열심」 「진지」의 자세만큼은 국민의 기대에 다. 부흥했다고는 보기어렵다.
그 원인은 정치 상황적인것과 기준의 불분명성등의 말로 설명될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일련의 정치격동의 직후라는 시기의 배경과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서 11대국회를 속단할수는 없으며 또 원래 국회란 법과 명분과 절차와관례에 따라 운영된다는 점에서 하루아침에 전과 다른「새것」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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