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물가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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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독일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적은 소련이 아니고 인플레이션이다. 워낙 혹독한 인플레에 놀랐기 때문에 인플레에 대해선 신경질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서독에서 살아보면 그들이 인플레에 거의 공포심을 갖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물가가 1년에 4∼5%만 올라도 신문이고 국회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댄다. 그만큼 경제도 철저하다.
l차대전후 서독사람들은 점심한끼를 먹기 위해 유모차에 돈을 싣고 가야했다 한다.
그 같은 쓰라린 경험을 거울 삼아 독일인은 다른 어느 국민보다도 인플레이션을 저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970년대 10년간 평균물가상승률은 4.·9%였는데 l980년에는 연간 5·5%로 상승하였다. 서독중앙은행은 이를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하여 금리를 인상하는 강력한 금융긴축정책을 1년반 이상이나 실시하고 있다.
서독에서는 물가가 1∼2%포인트 오른다고 하면 이는 국민생활에 크게 위험이 된다.
물가수준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워낙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산적」인 살림살이를 하는 독일사람들로서는 약간의 추가지출이라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다시 인플레이션이 엄습해 오지 않을까 하고 지래 겁을 집어먹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독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끊임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서독의 노력과 분위기는 서독마르크를 세계에 있어서 최고의 건전통화로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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