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체로 사람마음을 읽는다|이색 「필상학」 프랑스에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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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필상은 마음의 거울』-. 필체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성격·자질 등을 알아내는 이른바 필상학이 「프랑스」에서 점차 붐을 이루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사원 신규채용 때 응모자의 필체를 감정, 채용여부나 부서결정의 자료로 삼기도 한다.
「필상상담가연합」은 최근 청소년 2천5백명의 필체를 조사, 이들의 성격·능력·정치적 성향 등을 종합해 『「프랑스」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건전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여론조사 기능도 대신할 정도다.
이 「연합」은 한동안 산발적인 연구활동에 그쳤으나 71년 필상학의 사회기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연구활동과 보급운동을 적극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필상학은 1871년 「미숑」 신부에 의해 체계가 잡힌 뒤 1914년 치과의사 「크레피유·조냉」이 1백75종의 기본필체를 분류함으로써 보다 과학화됐다.
필상학의 유행에 따라 전문가들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지만 현재 국가가 인정하는 필상상담가 자격증 소지자는 전국전으로 1백48명. 6년간의 수업과 엄격한 심사 등 자격증 취득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필상상담가는 인사문제와 관련, 기업주로부터 고용예정자의 필상상담을 의뢰받을 때는 책임이 매우 무겁다.
이 「연합」의 「니콜·보리」 회장에 따르면 필상으로 어떤 사람의 음주벽을 찾아내 그의 채용을 만류했다해서 심한 욕설을 들은 상담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필상의 진단은 항상 옳았다. 후에 뒷조사를 해보면 여러차례의 음주사고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필상진단에 따라 직장을 옮기거나 자리를 바꿔 크게 성공하는 예도 많다. 필상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의 필체는 때에 따라 여러가지로 변한다.
행·불행, 만족·불만족, 고통·즐거움, 희망·실망에 따라 필상이 달라진다.
오그라드는 필체의 청년이 결혼 후 활달한 필체로 바뀌는가 하면 출세 전과 출세 후도 서로 다르다. 그만큼 필상은 인간의 내면을 모르는 사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 사인의 『N』자는 날카로운 칼을 방불하며 「빅토르·위고」 사인의 『V』자는 파도를 닮았다. 언젠가 「위고」가 그린 파도그림은 꼭 여러개의 V자를 연결한 것처럼 보였는데 「위고」는 이 그림의 제목을 『내 운명』이라고 지었다.
일찌기 「발자크」나 「조르지·상드」가 필상의 신빙성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필상학을 점성술과 혼동하거나 「점장이」 정도로 치부하는 이가 요즘도 많다. 그러나 「보리」 회장은 『엄연한 과학』이라며 펄쩍 뛴다.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관찰과 해석의 학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주왕복선의 출현 등 고도의 과학기술시대에 약간은 걸맞지 않은 현상이지만 아뭏든 필상학을 배우려는 사람,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경향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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