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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욕의 조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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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해외건설 등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경제는 경기·물가면에서 아직도 유동적인 채로 남아있다.
그 증에서도 경기는 완만한 상승세에 있다는 추세만 나타내고 있을 뿐 현실감각으로는 여전히 저미상태에 있다.
그것은 지난 2년 간의 경기침체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반증도 되며 한편 수출경기의 호전등이 과연 실속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가하는 의문도 제기해 준다.
재고처리를 위한 적자수출과 가격상승으로 인한 외형증가만 있을 뿐 물량확대는 미미하여 국내경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또 하나 가장 우려되고 있는 현상은 기업의 시설투자가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1·4분기 중 각종 설비자금의 공급실적은 연간계획 2조7천9백27억원의 10.5% 인 2천9백49억원에 불과하다.
경기회복 동향에 따라 자금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으나 아직은 예년에 볼 수 없던 저조한 실태임에 틀림없다.
특히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었던 외화대부만 해도 올 해 10억 달러를 책정해 놓았지만 3월말 현재 1억1백만 달러, 전체차관은 3억 달러 중 1천2백만 달러만이 나갔다.
이처럼 시설투자동향이 극도로 심각한데 대해 관계당국도 해석할 길이 없어 당혹할지 모른다.
경기는 미력하나마 나아지고 있다는데 그토록 왕성하던 기업의 투자의욕은 어디로 갔을까.
통화공급만 해도 정부공사의 조기발주, 농사자금, 수출지원금융 등 집중적으로 이루어 졌으나 생산자금화하지 않고 은행창구로 되돌아오고 있다.
통화의 유통경로가 매우 짧아져서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하지 않고 있다. 정치·사회안정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되살아나야 할 때이며 또 되살아나야만 하는데도 전례없이 얼어붙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찾아내고 과감한 손을 쓰지 않는 한 경기회복은 기대보다는 지연될 염려가 있고 또 국내외 수요가일어난다 해도 공급사이드가 애노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제활동이 파행을면치 못할 위험이 있다.
경제적 여건에만 비추자면 투자의욕이 잠자야 할 두드리진 저해요소를 찾기는 어렵다.
민간주도경제로의 전환, 시은 민영화 등 기업활동을 자극할 재료 등이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잠자고 있는 것은 경제외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거나 정책의 일관성 및 내수환기에 뿌리를 둔 확연한 경기전망 등에 대한 신뢰감의 결여에 연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화학조정, 부동산신고등 일련의 쇼크요법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공정거래법 발효 이후의 정책방향도 주시해야 하는데다 시 은 민영화가 과연 전폭적인 금융의 자율화를 의미하는 것인가를 분석, 평가하는 시간적 여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위에 물가상승과 실질소득의 감소에서 오는 구매력의 감퇴로 내수기반이 약화되어 기업의 시설확장을 제동하고 있다고.
다시 말해 정치·경제·사회적 전환점에서 기업이 적응해야할 길이 무엇인가룰 모색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과도적 증후가 지나치게 오래 끈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일깨우도록 정부는 민간주도경제, 즉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뒷받침하는 시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돨 것이다.
금리·세제면에서는 업계가 건의하고 있는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여 반영할 것은 과감히 해 주도록 해야한다.
요컨대 지금은 기업의 시설투자 의욕 내지는 경영의욕을 북돋워주는 제반여건의 조성이 시급한 시점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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