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왜 시원하게 부상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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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기의 찌는 분명히 흔들렸는데 좀처럼 쑥 올라오지 못하고있다.
지난해 4·4분기를 기점으로 일단 회복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틀림없으나 같이 가라앉았던 바닥경기의 부상은 답답할 지경이다.
『완만한 상슴세 지속』이 여러달째 계속되지만 아직도 불황권내에 머물러있다.
최근 경제기획원이 「상승세지속」이라고 발표한 경기종합지수(CI)나 한국은행이 「답보상태」라고한 경기예고지표(WI)가 의미하는 것도 서로 다를바가 없다.
CI가 그때그때의 경기변화를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는 반면 WI는 보다 포괄적으로 경기가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경기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다는 판단은 우선 쌓이던 재고가 줄고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점으로 설명될수 있다.
79년이후 40∼50%씩 늘던 재고가 이번 3윌들어서는 20%이하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재고누적에 워낙 혼이나 생산조절을 통해 오히려 평상시보다 낮은 수준으로까지 재고처분을 서둘러댄 것이다.
생산활동(제조업생산지수)은 지난 한햇동안 내내 줄기만하던 것이 최근 들어서 간신이 40%선을 넘어섰다.
당장급한 재고처분을 위해 생산을 줄여오다가 재고가 팔려나가면서 서서히 생산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놀리던 기계를 마저 돌리는 것이지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활동이나 소비 부문은 아직도 꿈쩍을 않고 있는것이 문제다.
신규투자활동의 가장 직접적인 바로미터인 은행의 실비자금대출을 봐도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 고작 7%선이다.
여느때 같으면 보통 20∼30%가 넘었었다.
은행돈 얻어쓰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공장짓는 시설자금은 은행이 주겠다고 기다려도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밖에 기업의 투자활동을 반영하는 기계류생산이나 수입도 감소폭이 둔화되었거나 약간늘어났을 뿐이고 제품의 원료수입량도 지난해수준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
금리를 내려준다, 세금을 깎아준다, 여러차례 회유책을 쓰는데도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여간 냉랭한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톡톡히 혼이난 것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뒤늦게 터득한 불황의 교훈이랄까.
또 소비가 불황의 교훈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만들어도 안팔리니까 못만들겠다는 것도 그럴만한 이유다.
고전적인 불황이라면야 물건이 안팔리면 물건값이 싸지고 따라서 선구매력이 늘어난다고하겠지만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다.
불황속에 엄청난 인플레까지 겹쳐 실질적인 감봉을 당하고 있으니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작년의 전례없던 흉작으로 농촌구매력이 크게 떨어졌고 도시근로자들도 밀린 임금으로 좀처럼 소비증대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그래서 정부도 소비자에게 물건살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기업의 투자의욕을 자극해 보려고하지만 별무반옹이다.
이윤을 향해서는 물불을 안가리고 달려드는 것이 기예의 속성일텐데 여간해 움츠린 몸을 펴려들지 않는다. 웬만하면 현상유지를 하면서 좀더 사태를 관망하자는 자세들이다.
깊이 밴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다행히 해외부문에서는 좋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금년들어 수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선진국들의 경기회복도 생각보다 호조를 보이고있다.
특히 속수무책이었던 원유값이 최근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그밖의 국제원자재값은 오히려 금년 1·4분기동안에 내림세를 계속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경제의 젖줄인 수출이 경쟁력을 되찾고 물가도 차차 안정되어갈 수 있다면야 경기의 회복도 시간문제다.
그러나 이미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되어버린 그것들의 치유기간만큼 경기회복도 느림보걸음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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