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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의 것"-테레사 수녀 한국에 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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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성녀(성녀)」 「테레사」수녀 (71) 가 3일 하오5시30분 김포공항 착, 내한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영접과 2백여 환영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공항귀빈실에 들어선 그는 「사랑의 사도」다운 미소를 머금은 채 오래 전부터 마음먹었던 한국방문이 실현된 기쁨과 함께 임신중절, 어린이문제, 빈민구원 활동 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털어놓았다. 1m50㎝남짓의 왜소한 체구에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 그리고 맨발에 샌들만을 신은 「유고」태생의 「테레사」수녀는 헐벗고 병든 자를 위해 봉사해온 자신의 생애를 말해주듯 거칠고 매듭이 굵은 큰손에 성경과 묵주를 든 채 인자한 할머니처럼 기자들의 질문에 영어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테레사」수녀는 김 추기경의 안내로 명동성당구내에 있는 서울 대교구청 성당에 둘러 김 추기경과 잠시 기도와 친구(친구=땅에 입을 맞추는 것)를 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용산에 있는 복자수녀원에서 한국의 첫 밤을 보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어머니」가 된 특별한동기라도 있는지.
『나는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게 죽어 가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돌보는 일이 곧 성경말씀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야말로 하나님에 대한 사람과 함께 나에게 주어진 제2의 소명(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거의 보편화돼 가고 있는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견해는….
『낙태수술은 어머니가 자식을 살인하는 행위다. 모자간에 살인행위가 자행되는 사회에서 제3자 간의 인간관계란 불문가지가 아닌가. 이 같은 사회에서는 인간의 사랑은 물론 윤리나 도덕 따위도 제대로 존재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임신중절수술은 절대 금지돼야하며 인류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5월5일이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도 있으면….
『어린이는 하나님께서 가정에 내려주신 크나 큰 축복이자 은총이다. 「그리스도」도 어린 과정을 거쳐 성장했고 모든 인간 역시 어린이로부터 생성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항상 건전하게 자랄 수 있는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이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노벨」평화상 수상이 빈민구제활동에 도움을 주었는가.
『79년 수상한 「노벨」상은 40년 가까이 관계해 온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받은 것일 뿐 결코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고 믿는다. 다만 「노벨」상 수상으로 아주 유명해져 활동에 도움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랑의 선교회」가 벌이는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전혀 사회사업의 성격을 띤 빈민구제사업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가 벌이는 구원활동은 오직 종교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일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느 교회나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받은 일도 없고 그 같은 지원을 요청한 일도 없다. 필요한 돈은 우리들의 활동을 이해하는 사람들로부터의 헌금에 의해 해결해 왔고 또 하나님의 가호로 봉사활동에 필요한 재정은 별로 곤란을 받는 일이 없다』
-한국에도 「테레사」수녀께서 이끄는 「사랑의 선교회」지부가 77년부터 들어와 있는데 앞으로 한국에도 선교회소속 수녀들을 보낼 계획은 없는지.
『현재는 남자 수사들만이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는 줄로 아는데 한국 가톨릭과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선교회의 수녀 파송을 원한다면 그 뜻에 따르겠다』
-한국 방문 중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 3박4일 머무르는 동안의 일정은 서울대교구와 대구교구가 안내하는 대로 따르겠다』
-평상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지.
『50년 동안 머물러 온 나의 보금자리인 세계적 「빈민도시」「캘커타」(인도)에서 될 수 있는 한 잠시라도 떠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기도와 미사를 올리고 빨래를 한다. 수녀 복이 두벌밖에 없기 때문에 거의 매일 빨래를 해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나와 선교회 소속 수녀들은 각기「임종의 집」·빈민학교· 나환자 수용소 등으로 가서 봉사 활동을 벌인다.
저녁 7시에는 모든 활동을 마치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 후 잠자리에 든다. 길거리에서 병들고 굶주린 채 외롭게 죽어 가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임종의 집」에는 지금까지 4만 여명이 들어왔다가 1만9천여 명이 하나님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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