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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 언론'北20명 망명'보도] "美 , 북핵정보 얻으려 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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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핵과학자와 군장교 20여명을 서방으로 망명시킨 '족제비 작전'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 남태평양의 섬 나우루 등을 무대로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고 호주 시드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언의 주말판이 보도했다.

이 작전의 목표는 북한의 과학자와 장교를 망명시켜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12일 나우루의 여권 판매회사를 대행하는 워싱턴의 변호사 갤립 개그너는 미국 정부 관리들의 모임에서 스티븐 레이라는 미국인과 존 스미스라는 뉴질랜드인과 접촉했다.

그 후 개그너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호주 멜버른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당시 대통령인 르네 해리스에게 편지를 보내 나우루의 도움을 요청했다. 편지는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에 나우루 대사관을 설립하는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리스 대통령은 워싱턴에 사람을 보내 레이 및 스미스와 접촉,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해리스는 지난 1월 29일 후임 대통령인 버나드 도위고요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과 뉴질랜드 정부가 북한의 망명자 문제와 관련, 나우루가 도와줄 것을 원했다"고 했다.

또 나우루의 전 재무장관인 킨자 클로두마는 "북한의 핵과학자와 가족을 중국의 한 농가에서 나우루 영사관 차량으로 대사관으로 데려올 예정이었다"며 "그 대가로 1백만달러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클로두마 전 장관은 레이와 스미스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직계"이며 "올리버 노스의 친구"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또 나우루의 해외 공관 설치 자금은 워싱턴의 비영리 기구인 '국제법 센터'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족제비 작전의 후원자는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이 회장으로 있는 '프리덤 하우스'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물리학자 망명을 보도한 '오스트레일리언'의 마틴 추러브 기자는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서방 측 정보 소식통으로부터 망명 뉴스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가 망명사건을 주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탈북을 원하는 망명자들의 희망과 북한 핵정보를 파악하려는 서방 측 필요가 맞아떨어져 망명이 성사됐다"고 대답했다.

또 추러브 기자는 북한인들의 탈출 경위와 관련해 "북한인 20명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북한을 탈출했다. 이들은 3개의 경로를 통해 두만강을 건넌 것으로 알고 있다. 탈출과정에서 일가족이 사살되는 등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추러브 기자는 탈북자들이 왜 한국 정부와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망명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북핵 관련 정보가 너무 민감한 나머지 서방행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캐나다를 통해 북한으로 망명한 경원하 박사가 어떻게 엄중한 감시망을 뚫고 서방으로 망명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은 아주 부패된 사회다. 경원하 박사를 포함한 망명자들은 돈으로 북한당국을 매수, 감시의 눈을 피해 탈북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추러브 기자는 "망명자 중 3명은 미국에 있다. 나머지는 동남아 국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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