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충격보다 「인플레」가 골치|-레이건대통령 밀월기간 1백일의 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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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부분의 미국대통령들이 그랬듯이 「레이건 미대통령도 취임후의 이른바 「밀월기간」 1백일동안에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와 적당한 격려를 받아왔다. 미국안에서 「레이건」의 1백일 치적이 그런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그의 용기와 추진력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일반대중은「레이건」이 강력히 밀고있는」 」감세와 사회복지계획축소 같은 「레이건」의 정치자체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로널드·레이건」이라는 개인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묘한 현상이 가능한 것은 「레이건」의 「카리스마」 때문 (「워싱턴·포스트」지)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자신의 정책을 기어이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악착같은 「레이건」의 「세일즈맨십」 때문 (「볼티모·선」지)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레이건」행정부는 지난 1930년대의 「프랭클린·루스벨트」이래 취임초기부터 가장 많은 변혁을 시도한 행정부로 손꼽히고 있다.
담시 「루스벨트」대통령은 「대공황」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연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면서 변화를 구했으나 「레이건」은 정반대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면서 대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레이건」은 또 「케네디」암살사건이후 「존슨」대통령이 「위대한 사회」 구상을 강력히 밀고 나간 것에 못지 않은 추진력을 갖고 그의 정책을 밀고 가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난 1백일동안 「레이건」이 가장 주력해온 정책은 ①「인플레」억제와 경제회복을 위한 연방정부지출축소와 세금삭감 ②시장활동 및 개인생활에서의 정부규제 축소 ③소련팽창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방력의 강화 및 해외에서의 미군사력 계속 유지 등이었다.
앞으로 3년간 해마다 10%씩의 세금을 삭감하고, 국방비는 증액하면서 3년후에 균형예산을 시도한다는「레이건」의 기본경제정책은 미의회의 승인여부와 함께 앞으로 4년간의「레이건」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가슴의 총상이 채 아물기도전에 「레이건」이 28일밤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경제경책연설을 마련한 것만 보아도 「레이건」행정부가 경제난국 타개에 얼마다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레이건」의 경제정책의 장래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조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복지·공공서비스·학교급식 등의 삭감으로 2천5백만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이 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는 반논 등이 점차 고개를 들고있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레이건」은 경제정책을「제시」만 했지 확실히「집행」된 것은 거의 없다. 「레이건」행정부의 장기경제정책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83개의 주요경제계획의 수정 및 l백51개분야의 예산을 삭감하고 향후 2년간 8백34개분야의 예산을 수정하며 60여개의 경제입법을 하는 것으로 돼있으나 지금까지「레이건」이 실제로 한것은 낙농가격 지원 철폐법 1개뿐이다.
「레이건」의 외교정은 의외로 최초부터 거센 시련에 부딪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각국에 대한 무기판매결정은 중동지역의 평화유지라는 측면보다는 이 지역에서의 미·소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본요인으르 작용할 수도 있고 지나친 친남아정책은「아프리카」제3세력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
많은 정치 업저버들은 「레이건」행정부의 고위관리들간의 파벌조성 현상과 그들간의 세력다툼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헤이그」 국무강관과 백악관 보좌관팀간의 권력투쟁은 과거 「밴스」「브레진스키」간의 싸움의 도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지금까지는 백악관의 3총사로 불리는 「에드윈·미즈」「제임즈· 베이커」「미젤·디버」가 똘똘 뭉쳐서「헤이그」를 견제하고 있으나 이러한 암투자체가 미국외교의 일관성을 잃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6미국의 대외원조 정책을 놓고도 「헤이그」 국무와 「스토크먼」예산국장간의 견해차이가 크고 「와인버거」국방과 백악관보좌관팀간의 국방정책도 자주 마찰을 빚고 있다.
저격사건이후 「레이건」의 인기는 놀랄만한 속도로 상승했다. 이는 「레이건」개인에 대한 동정심에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저격당한 「국가적 위기」를 「레이건」자신이 여유있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73%가「레이건」의 집무태도를 지지했고 지금 다시 선거를 실시한다해도「카터」보다는 「레이건」을 꺽겠다는 사람이 2배가 넘었다. 「카터」가 취임 1백일만에 얻은「영도력」에 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49%에 불과했던데 반해「레이건」은 76%의 지지를 얻고 있고 경제정책지지도는 「카터」가 38%, 「레이건」은 65%였다. 가강 큰 비중을 두고있는 것은 대외관계지만 「레이건」은 상하의원들 뿐만아니라 주지사·지방관리·산업인·각종로비스트 몇 단체들과 광범위한 접촉을 갖고 있다.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온「레이건」으로서는 이제 취임 1백일의 밀월기간을 넘기면서 비로소 온갖 세파에 시달리는 「속세」로 갓 들어선 것이다.
결국 『매력이나 인기같은 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레이건」의 정책내용에 관한 판단은 장기적으로 해야한다』(「뉴욕」시립대 「아더·슬래진저」교수) 는 냉점한 현실이 지금부터 「레이건」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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