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물건 기증하면 이웃이 행복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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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를 아십니까.

물건을 파는 것은 여느 가게와 같습니다. 그러나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을 기증받은 뒤 자원활동가가 손질해 이웃에게 싸게 팔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나눔의 세상을 실현하는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낡고 오래된 것이라도 쓰임새가 있다는 자원 재활용의 믿음 때문입니다.

또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물건을 하나 사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가 지난 18일 세번째 상설매장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독립문공원 맞은편에 있는 독립문점이다.

독립문점은 안국점(1호점).삼선교점(2호점)과 달리 기업체의 도움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게 임대료와 인테리어 공사비 등으로 1억3천여만원을 지원했다. 이 회사 고현진(高賢鎭)사장은 "아름다운 가게는 수혜자와 기증자 모두 행복해진다"며 지원 배경을 밝혔다.

독립문점은 주한 외교사절과 외국 기업인의 부인 모임인 서울국제여성회(SIWA) 부회장인 서경화(徐敬和)씨가 점장을 맡았다. 매장에는 '주한 외국인 코너'를 마련해 외국인들의 기증 물품을 진열, 판매한다.

徐씨는 "그동안 언어문제 등으로 자원봉사 기회가 없었던 주한 외국인들이 독립문점을 계기로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점 행사에는 주한 외국대사 부인과 외국기업 관계자, 외국인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이 몰렸다. 외국인 유명인사들의 물건이 많이 나온 탓인지 개장행사는 초만원이었다.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매장 안엔 서로 먼저 사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 부인은 동양 스타일의 보석함을 기증했다. 방송출연으로 명사가 된 미즈노 순페이 전남대 교수는 쌍안경, 테리 페롯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배인은 넥타이 3개와 양복 한벌을 내놨다.

남편의 진갈색 실크 점퍼를 들고 나온 잉거볼 돈데 주한 덴마크 대사 부인은 "아주 아끼는 옷이지만 작아서 안 입은 지 오래됐다"며 "직장 때문에 자원봉사는 곤란하지만 안 쓰는 물건을 많이 기증하는 방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천연실크 옷감을 기증한 편 루드밀라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부인은 "마음에 드는 분홍색 재킷을 불과 3천원에 샀다"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연말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인 안국점은 개점 두달 동안 모은 수익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불우이웃의 사연을 접수받아 개인과 단체 7곳을 선정해 1천여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1월 개점한 2호점 성북동 삼선교점은 인근 주민들이 물품을 기증하고 자원활동에도 참여해 본격적인 지역단위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아름다운 가게는 연말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매장을 21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05년까지 전국 2백곳으로 늘려 영국의'옥스팜'이나 미국의'굿윌'과 같은 전국 체인망을 갖춘 재활용 가게로 운영할 생각이다.

다음달엔 서울 서초동에 4호점, 서울 강동지역에 5호점이 문을 연다. 서울 강남지역에도 상설매장이 생기는 셈이며 6.7호점은 수도권 매장이 될 예정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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