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홍콩」서 본 그 실상과 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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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9년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남자나이 31세, 여자나이28세 때 짝을 맺었던 광주의 한 노동자부부는 혼인한지 얼마 안돼 임신의 기쁨으로 들떴다. 부부는 곧 임신에 따른 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집 근처의 산부인과 병원으로 달려갔다.
부부가 병원창구에서 진찰권을 끊으려하자 의사는 대뜸 『「출생허가증」을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다.
새댁은 수줍음도 잊은 채 『출생허가증이라니요!』라고 되물었지만 의사는 『그것이 없으면 등록이 안 된다』고 했다. 출생허가증은 부부가 아기를 낳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일터에서 확인 받아 그 서류를 바탕으로 법원의 관계 부서가 다시 발급하는 증명서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자격은 초산일 경우 부부가 합법적인 적령기(당시 남28세·여25세 이상) 에 혼인해야 하고 초산이 아닌 경우는 터울이 최소한 5년 이상이어야 된다는 것이 관공서의 규정이다.
부부는 서둘러 일터에 가서 출생자격증을 떼어 가지고 구 병원의 관계 부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서류를 본 후『당신들의 증명서는 합법적이지만 애석하게도 출생허가증을 발급할 수가 없소.
우리 구에선 이미 금년도에 할당된 출생허가건수를 채웠기 때문이요. 내년에나 다시 봅시다』고 말했다.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부부에게 담당자는『그렇게 하면 나는 당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 일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가족계획을 파괴하는 범법자가 된다』 고 고개를 저었다.
신혼부부는 인공유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출생허가증 없이 아기를 낳을 경우 우선 인적이 안되고 식량배급이나 그 밖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홍콩」의 중립지「중보」80년3월11일).
너무 많은 인구가 낳은 비극이다. 국토면적이 전세계의 6.6%를 차지하고있으나 인구는 세계의22%인 9억7천92만명에 달하고있는 과잉인구(79년 말 현재·대만제의)가 빚은 비극이다.
한국과 더불어 가족계획의 모범국민이라는 중공의 실상은 이처럼 강제적인 가족계획을 통해 달성되고 있다.
『아들·딸 가리지 말고 하나만 남자』는 가족계획 운동의 표어는 바로 중공의 절박한 사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건국30년만에 4억1전6백만 명이 불어났다.
「중국백과연감」(80년판)은 『인구증가 속도가 국민경제 발전속도를 훨씬 앞질러 국가건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과학문화생활의 향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78년의 국가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인구가 전체의 63.4%. 통계국은『서기 2천년까지 4억2천여만 명이 결혼, 아기를 기르는 나이로 빨려든다』고 내다봤다. 한 가족이 한 아이를 갖는다해도 21년 사이에 해마다 1천여만 명의 인구가 불어난다는 계산이다.
78년에 태어난 1천7백만 명의 신생아 중 5백여만 명이 세째 이하의 자녀였다. 그러니 중공이 「한 가족 한 아이 갖기 운동」을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지 모른다.
「한 아이 갖기 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통적인 남아선호 현상이다. 「공인일보」는 4월초 27세의 한 여인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 여인은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날마다 얻어맞을 뿐 아니라 심지어 여아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있다고 호소했다. 이 신문은 또 남편과 친척들로부터 아들을 못 낳았다고 이혼을 강요당하고 있는 다른 여인의 편지도 소개하고 뿌리깊은 봉건사상의 잔재를 개탄했다.
중공은 당원과 간부들에게 모범을 보이라고 호소하지만 고급당원일수록 아들을 갖겠다는 바람이 더하다. 상해의 한 간부는 1남3녀를 두었는데 막내인 5살 난 아들이 사고로 죽자 새장가를 들어 아들을 갖겠다며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할 만큼 남아선호 관념(해방일보)은 뿌리깊다.
중공은 79년 가족계획법을 마련하여 각성이 실정에 맞는「한 아이 갖기」실천방안을 세우도록 했다. 대체로 만혼을 장려하고 셋째 아이부터는 경제적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소극적 규정에서부터 한 아기만 낳고 불임수술을 하는 부부에게는 주택배정의 우선권을 주고(북경시) 탁아비·입학비·의료비를 면제해 주는(광동성) 적극적 특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 아이를 가진 부부는 노후에는 다른 부부보다 더 많은 연금의 혜택을 받는다. 79년 말 현재 1천7백25만 쌍이 한 아이만 갖고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6백7만 쌍의 신혼부부가 「한 아이 갖기 운동」에 호응했다(중국백과연감).
서기2천년의 인구를 12억 선으로 억제하여 더 이상 인구가 늘지 않도록 한다는 고통스런 계획(현재인구증가율 연1.l%)은, 그러나 50년대의 한 학자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당하는 자업자득이었다고 「광명일보」(북경발행)는 비판했다.
당시 북경대 총장 마인초(97)는 인구증가와 생산력의 발전속도의 모순을 심각하게 분석하여 인구억제책을 건의했다. 하지만 『인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모택동의 관점에 밀려 마인 초는『자본주의 제도의 옹호자인「맬더스」의 인구론을 신봉한 반동』으로 몰려 숙청 당했다.
중공언론은 79년 마인초의 복권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맬더스」의 인구론을 중공사회에 도입하려 했던 마의 동안과 용기를 뒤늦게 찬양했다. <이수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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