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혀가는 TV교육방송|시청률 32%, 드라머와 맞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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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 제3TV(UHF)의 각종 프로그램이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교생에게 뿐만 아니라 교양·취미·고급학문을 바라는 일반 주부와 중년층에게도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제3TV는 최근 한 시청률 조사에서 교양·취미·각종강좌의 시청률이 다른 방송의 인기드라마에 못지 않은 시청률을 보여 교육방송이 제자리를 굳혀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월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제3TV는 3개월을 넘기면서 각종 성인대상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시청자가 32%나 되어 여느 드라마에 못지 않은 시청률을 보였다. 재3TV는 현재 평일엔7시간, 토요일 8시간, 일요일은 17시간씩 방영하고 있다.
제3TV의 주 프로그램은 고교교육방송이지만 이밖에 유아교육, 각종어학강좌, 요리·꽃꽂이·자수·매듭·양재·서예·피아노교실 등의「여성백과」또 고급 학문을 바라는「TV공개대학」등 다양하게 편성되어 주부·대학생·중년층 등에 큰 인기를 얻고있다.
각종 교양강좌에 주부와 중년층의 인기가 높은 것은 그 동안 여가를 바람직하게 보낼만한 적당한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방송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유아교육·꽃꽂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취미와 교양 프로그램이 다양한데다가 시청시간이 적당해(평일하오6시30분과 9시30분)주부들의 늘어난 여가를 메우기에 적합해 더욱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성인대상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TV공개대학」(월∼금 밤11시)이다. 「TV공개대학」은 1차 강의가 24일 끝나고 27일부터 새로운 내용으로 2차 강의가 시작된다. 「TV공개대학」은 수업료 없이 안방에 앉아서 고급학문과 접할 수 있다는 데서 지식인들의 관심이 높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전공하던 학문의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물론, 평소 교양서적마저 읽을 기회가 없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또 늦게나마 공부를 하고싶어도 고등교육에 접할 마땅한 기회가 적다. 「TV공개대학」은 바로 이런 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회사원 박득룡씨(37)는 『전공분야의 강의여서 다소 딱딱한 감이 있으나 교수들의 강의내용이 충실하고 어려운 대목은 흑판에 써서 설명하면서 관련 사진까지 곁들여 이해가 쉽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PD 손석씨는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앞으론 방송교재를 발간할 계획이며 『한 강좌가 끝나면 시청자와 함께 그 동안의 강의에 대해 교수들과 질문과 토론을 갖는 시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방송국 측은 또 이 프로그램을 명실공히 시민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수료증을 주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방송의 각종 취미교양강좌에 이처럼 시청자들의 인기가 높은 것은 그 동안 이런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굶주려왔는가를 보여주는 한 현상이기도하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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