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명상] 8. 회복을 위한 기도-박영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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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삶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삶이란 사람이 신의 시간을 가지고 이루는 일이요, 신의 세계를 가지고 해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꽃들이 기총 소사를 하는 이 봄날에 마음의 문을 열고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이며 내 역할이 무엇인가를 책임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눈앞이 캄캄한 절망을 마주할 때 단식을 하며 그 분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누구든지 스스로 정결하게 하는 자는 위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이런 마음 자세로 산다면 어느 극점에 가서는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닫을 줄 아는 지혜를 얻습니다. 인간의 생각이 너무 앞서면 신은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단순한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전쟁터로 떠난 자매를 생각합니다. 이 세상은 사랑의 부재로 너무도 많은 이웃들이 탄식하고 있습니다.

인간 방패로 떠난 이는 두 자녀의 어머니인데도 사람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몸으로 보여준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 나는 장학금 마련을 위해 작품전시회를 하고 있었고, 그 자매는 연구원의 학생이었습니다. 철없는 두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지상에서 맛보는 쾌락과 고통도 근원은 하나입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폭력과 평화가 공존하는 이유도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마음을 잘못 다스려 잘못된 방향으로 속력을 내어 갈 때 결코 우리는 가고자 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선한 행위는 아무리 보잘것 없더라도 항상 중요합니다.

욕구에서 필요를 구별하고 소비의 양에서 삶의 질을 구별하며 지식에서 지혜를 구별해야 합니다. 대량생산에서 대중에 의한 생산을 구별하는 법을 우린 배워야 합니다.

나는 한 온스의 실천이 한 톤의 이론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선교활동을 통해 배웠습니다. 인간의 지식은 작은 바람이 일 때 그 기회를 이용하여 돛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귀한 것에서 얻어지는 보잘것없는 지혜가 저급한 것에서 얻어지는 가장 확실한 지식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우린 명심해야 합니다.

라일락이 갓 피어오르는 내 작은 화실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생각해 봅니다. 생명은 물질적 혹은 도덕적 억제 없이는 점증하는 생산과 소비곡선에 따라 지속 가능한 상태가 이어질 수 없습니다.

자신이 물려받은 문화적 짐 보따리와 학문의 짐 꾸러미를 내던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혼돈과 절망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눈을 감고 밝은 이해의 눈을 가진 철학자의 자세로 영혼의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눈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은 이 시대에, 나는 과연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단순하게 답이 내려지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를 극한 상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긴 기도를 드려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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