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비아호와 오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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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금 이 시간에도 NASA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유발한 실수가 무엇이었느냐를 찾아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1백만분의1이라는 초 정확도에 도전했던 이들은 몇 가지 문제에서 상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민들의 축제무드를 멀리 한 채 자괴의 심정으로 잘못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2대의 주컴퓨터가 보조 컴퓨터와 대화를 하지 못해 48시간10분 동안 발사가 연기됐고, 발사 때에는 특수접착제로 붙여놓은 16개의 방열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그뿐 아니라 첫날의 선실온도는 계획보다 2∼3도나 낮은 섭씨15∼20도여서「크리픈」비행사의 불평을 샀다. 착륙 때도 예정보다 7분이나 빨랐고 우주선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유독가스를 제거하는 작업에도 예상보다 긴 1시간5분이 걸렸다.
그러나『두서너 시간 뒤』, 『20만명 내지 40만명의 인파』등의 관념이 생활화한 우리네 입장에서 보는「콜럼비아」호의 비행은 상상을 초월한 정확성을 보여줬다. 독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NASA가 나누어준 보도자료의 완벽성은 기자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비록 발사 후 입수되었지만 61페이지로 된 이 자료에는 우주선의 발사에서부터 귀환까지를 분단위로 나누어 컴퓨터가 하는 일, 조종사가 하는 일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우주선에서의 매끼에 따른 식사 내용, 그 음식물이 보관된 형태까지가 설명되어 있는 것은 물론 발사 후 이상이 발견됐을 때의 비상귀환계획이 그림으로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왕복우주선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미국기자들도 마치 우주선 안에서 몇 년이나 살아본 것 같이, 또는 몇 번씩이나 우주에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처럼 기사를 쓸 수가 있었다.
이와는 달리 말라버린 호수의 흙바닥 한가운데, NASA가 표시한 지점에 정확히 설 수 있었던「콜럼비아」호의 국내보도는 어땠었는가.
그야말로『두서너 시간 뒤』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문은 신문마다, 방송은 방송마다 서로 다른 숫자를 들어가면서「콜럼비아·피버」(콜럼비아 열병)를 연출하고 있었다.
우주선에 불인 방열 타일은 2만개에서 3만9백21개까지, 착륙속도는 2백80㎞에서 3백43㎞사이를 오락가락했고, 전천후용인「콜럼비아」에 대해 어떤 방송은「영」조종사가 바퀴를 내리고 자세만 유지시켜 주었다고 보도했는가 하면, 어떤 신문은 날씨가 나빠 착륙이 걱정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또 착륙 후에도 독가스제거를 목적으로 접근한 장비들을 흙먼지를 터는 광경으로, 우주여행시대의 비용이 1인당 4천 만원(6만 달려)에서 4억원까지 무려 10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오보·과보는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시간 시간 다른 신문, 방송과 경쟁을 벌여야하는 보도기관으로서는 차라리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이유나 변명은 되겠지만 1백만분의1에서 생긴 조그마한 착오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NASA과학자들을 본받아 이제 국내보도기관들도 차분히 자세를 가다듬어 10분의1의 정확도에 도전하는 노력을 가져봄직도 하다. <최정민 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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