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수자 일암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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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갈한 대기. 담백한 산나물과 더운밥 한 공기면 건강은 염려 없지….』경남 양산군 하북면 통도사의 수좌 스님인 일암 스님(82)은 지난 60여년 간의 승려생활에서 참선하던 자세 그대로 꼿꼿하게 앉아 두 손을 합장했다.
『무욕·무사한 마음,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신체가 안락하게 되고 그게 곧 극락이 아닌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지 말고 과욕을 부리지 않으면 건강은 저절로 온다고 말하며 일암 스님은 계곡을 흐르는 맑고 영롱한 시냇물소리를 들으려는 듯 귀를 귀울여 먼 곳을 응시한다.
앞산을 온통 뒤덮은 진달래와 개나리, 뜰 앞에 소담스럽게 핀 목련꽃하며 바야흐로 춘색이 무르녹는 통도사일대엔 요즘 상춘객이 몰려들고 있다. 노스님은 인간의 오욕으로 자연이 더럽혀질까 염려했다.『건강비결은 따로 없어. 아침 일찍 일어나 참선하고 부지런히 일하지. 금강경도 열심히 읽고. 도시사람들처럼 보약만 찾아서야 우짜는고….』나이가 드니 치아가 빠져 젊은 스님들이 틀니를 해주려해도 자연이 주신대로 가식 없이 살겠다며 일암 스님은 고집을 부린다. 그래도 밤이며 멱이며 나물·과일을 가리지 않고 잘 든다.
매일 새벽3시에 일어나 2시간동안 참선하고 아침8시쯤 식사를 한 후 금강경을 읽는다. 고령이지만 외출도 잘하고 운력(노동하는 것)에도 참여한다. 일생 불교에 헌신하니 마음이 모나지 않고 편해져 오장육부가 건강해진 것 같다고 파안한다.
50여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냉수 한 컵을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물을 마신 후 참선을 하면 깨끗한 정기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뻗치는 것 같다고 했다. 보기에 우람한 체구는 아니지만 병원 한번 가지 않고 80년 이상을 건강하게 살았다.
주지보다도 승려생활이 길고 연치가 높아 통도사에서 노스님으로 받들고 있다. 요즘도 4∼5㎞의 산길은 거뜬히 걷는다고 젊은 스님들이 귀띔해 준다.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어. 건강도 마음속에 있는 거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고 남에게 마음을 열어야 좋지. 남을 순수하게 사랑하면 마음이 건강해지고 몸에 병이 범하지 못해.』그러며 노스님은 도시의 혼탁을 벗어나 단 며칠이라도 산과 친해지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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