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일제가 뚫은 동굴 셋, 역사 교육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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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는 일제가 군사 시설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직경 3~4m, 길이 50~80m의 동굴이 세 개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들이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땅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광주시교육청]
동굴 입구. [사진 광주시교육청]

광주시내 도심 한복판인 화정동 중앙공원에는 수십년 된 지하동굴이 세 개나 있다. 동굴은 승합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반경이 3~4m, 길이는 각각 80m, 70m, 50m에 이른다. 이 동굴은 지난 4월 광주시교육청이 중앙공원 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부지에 ‘빛고을 위안부 평화 소녀상’ 건립 터를 물색하던중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일제가 군사용 시설로 쓰기 위해 동굴을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일제시대 군사용 지하 시설이 제주도·남해안 등 해안가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도심에서 복수로 나온 경우는 흔치 않다.

 광주시교육청이 이들 도심 지하동굴에 대해 역사교육 공간 활용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은 26일 광주시의회에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기획 장학관은 “엄밀한 학술조사 등을 실시해 중앙공원 내 지하시설(동굴)이 일제시대 군사용으로 조성된 것인지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라며 “주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시설과 연계해 일제 만행과 우리민족의 수탈을 알리는 역사 교육·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일본에서 전쟁 유적 보존운동을 펼치고 있는 관계자를 비롯한 역사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신주백 연세대 교수는 “이들 동굴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본토결전’에 대비해 광주비행장의 부속 시설물로 조성한 것”이라며 당시 광주비행장 관련 지도를 공개했다. 또 국무총리실 소속의 정혜경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국외강제동원희생자 조사 1과장은 아시아태평양전쟁 피해 사례 및 유적 현황 등을 소개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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