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육원장 황온순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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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도하는 마음과 깊은 수면으로 나의 정신과 건강을 지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내 인생의 전부예요.』
6·25당시 전쟁고아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졌던 황온순여사(78·휘경여중이사장)는 지금도 옛날의 정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제는 후진양성에 온힘을 쏟고있다.
『새벽4시면 꼭 일어나서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을 위해 1시간30분 가량 참선을 해요.』
황여사는 독실한 원불교신자로 오랜 동안 참선생활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돼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나에게 맡겨진 일에 열심이면 마음도 즐거워요. 이 흥겨움을 가지고 학교주위를 돌아보지요. 특히 학교 뒷산은 꽃나무가 우거져 별유천지랍니다』
나무 기르기가 취미인 황여사는 황량했던 휘경여중터를 27년째 가꾸어와 이제는 작은 꽃동산을 이루었다.
꽃나무사이를 하루 두서너 차례 돌아보는 것이 자신에게는 둘도 없이 좋은 운동이라며 황여사는 조용히 말한다.
『5년전 장티푸스로 한 20일 입원한 일을 빼고는 평생 앓아본 적이 없어요. 아마 잠을 잘 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황여사는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더욱 아무리 신경 쓰이는 것이 있더라도 눕기만 하면 잠이 들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는 것.
이 덕분에 50여년 동안 낮에 자거나 눕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학교 학생들, 보육원의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니 별로 늙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해요』
황여사의 나이를 잊은 고운 얼굴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듯 했다.
현재도 황여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신이 시작한 한국보육원(경기도 양주군 장흥면)을 운영하면서 4O여년간 사회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적고 작은 일이라도 한걸음씩 해나가면 큰일이 이루어집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너무 단숨에 큰일을 하려고 하지요.』
황여사의 자상한 눈길이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개나리·진달래에 머물며 굽은 가지하나를 바로 편다.
황여사와 꽃이 있는 봄의 교정은 화사한 가운데도 평안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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