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시절「의 누이」18년만에 해후|전대통령, 지방순시 중 진해 집 찾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진해】『각하 반갑습니다.』실로 18년만의 감격적인 해후였다.
전두환 대통령은 지난 15일 진해순시 중 틈을 내어 육사생도시절 자신을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었던 박소순씨(55·여·진해시 충무동18)집을 직접방문, 18년 동안 얽힌 회포를 풀었다.
『정말 맞구먼. 저도 많이 찾았습니다. 진해를 떠난 줄 알았습니다』며 전대통령이 다정하게 손을 내밀자 얼떨결에 대통령의 손을 잡은 박씨는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가 전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18년 전인 54년 음력 정월 초이튿날.
당시 육사 졸업반이던 전두환 생도가 일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내에 나왔으나 정초여서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전생도가 여러 곳을 다닌 끝에 중앙시장에 들렀을 때 문이 열려 있는 박씨의 잡화점을 발견, 물건을 산후 나으려 하자 박씨가『객지에서 고생한다』며 떡국을 권해 박씨의 남편 곽재산씨(55) 등 가족과 함께 떡국을 맛있게 나눠 먹은 게 인연이 됐다.
전 생도는 그후 박씨의 훈훈한 인정에 끌려 박씨를『누님』이라고 부르며 일요일에 외출을 하면 동료생도들과 함께 오래 가게에 들러 놀다가 곤했다.
6·25전쟁으로 진해로 옮겨와 있던 육군사관학교가 전쟁이 끝남에 따라 그해 10월 서울로 이전하게 돼 친남매처럼 정이든 전 생도와 박씨는 헤어지게 됐다.
그후 10년의 세월이 흐른 l963년 초라한 시장거리의 순대 국 집을 전 소령은 다시 찾았다.
『손님 무엇을 드릴까요』하고 묻는 박씨에게『누님, 고생이 많았지요』하며 손을 덥석 쥐는 청년장교를 그제야 알아본 박씨의 눈시울이 반가움으로 붉게 물들었고 전 소령은 옆에 수줍은 듯 서 있는 이순자 여사를 인사시켰다.
박씨와의 정겹고 소박한 인연은 전 소령이 육사를 졸업하면서 다시 끊어졌다.
전대통령은 지난 79년 보안사령관 재직 때 진해에서 근무하던 중학후배 윤옥영 대령의 방문을 받고 박씨 가족의 근황을 알아보도록 부탁했다.
윤 대령으로부터 박씨 가족이 아직도 진해에 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10·26사태」등 국내 정 정의 엄청난 변화 때문에 연락을 취할 겨를을 찾을 수 없었다.
전대통령은 15일 하오 50시50분 지역유지들을 위한 만찬회가 끝나자 박씨가 경영하는 충무동「항구초밥 집」을 불시에 방문, 신병으로 몸이 불편한 박씨를 위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