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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리아 내 IS 공격 벼르지만 ‘이적 효과’ 딜레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이날 그는 골프에 앞서 이라크 반군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된 미국인 기자에 대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미 언론들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IS 해법 구상을 위한 휴식일 뿐”이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AP=뉴시스]

미국이 이라크 내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40)가 최근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를 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인질로 잡고 있는 또 다른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던 중 실종된 미국 언론인들이다.

IS가 무고한 민간인을 잔인하게 살해하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는 IS에 대한 강경 대응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은 참수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IS에 대한 공습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IS는 암과 같은 존재”라며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미국은 IS라는 악마에 맞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민이 잔인하게 희생된 사건에 대해 어설프게 대응할 경우 여론의 비난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시리아에서 실종된 언론인은 2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가 IS에 붙잡혀 있다는 것이 CPJ의 주장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된 미국인 인질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인질들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자 백악관 내에서는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IS에 대한 공습까지 거론되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민을 보호하고 폴리 기자 참수 관련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조치들은 국경에 제한 받지 않을 것이며 보복 테러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 IS에 대한 직접 공격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이 시리아 내 IS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 내전에도 휘말리게 된다. 4년을 끌어온 시리아 내전이 미국의 개입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리아 내 IS를 소탕한다는 보장도 없다.

내전 참여 중간선거 앞둔 오바마에 부담
IS의 공세와 미국인 기자 참수로 중동 정세가 꼬여가자 오바마 독트린에 대한 논란도 심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중동의 분쟁에 대해 소극적 개입을 주장해왔다. 미국의 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거나 대량 학살 등 반인륜적인 행위가 발생했을 때만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오바마의 룰이 이번 이라크 내전을 계기로 깨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다. 대이라크 정책의 성과에 표심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바마 정부는 또 다른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IS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며 “이는 인질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불하는 몸값이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자금으로 사용돼 또 다른 민간인 납치를 부추긴다는 논리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이 인질 석방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내전 개입을 싸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군사개입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당 공화당은 오바마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소속된 민주당은 미국인 참수로 인한 강경 대응 분위기 속에서도 지상군 투입 등 전면 개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제임스 인호프(공화·오클라호마) 의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IS가 (9·11 테러처럼) 미국의 대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폴리 기자 참수 사건 이후 오바마 정부 내에서 일고 있는 군사개입 확대 요구를 좌절시켜야 한다”며 “끔찍한 사건이지만 전면적인 군사 개입은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제한된 공습 등 소극적 군사 지원과 함께 IS의 자금줄을 끊는 것이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이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적인 군사활동에 돌입할 경우 오랫동안 막대한 전비를 쏟아 부었던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프 의원 같은 이라크 내전 개입 반대파들은 “미국이 이라크 내전 참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다”며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경제와 미군의 희생 등을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라크 중앙정부에 미국 불신 커져
이런 와중에 오락가락하고 있는 오바마 독트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대중동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론자들은 우선 이라크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상이한 대응 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는 2012년 4월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부군이 반군과 민간인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당시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추진했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라며 “미국은 반인륜적인 무기 사용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의 중재로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폐기를 조건으로 군사 공격을 포기했다. 이번 이라크 내전에서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지난 7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을 통해 “IS가 시아파와 기독교 주민들을 학살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위험에 처한 이라크를 지원하고, 현지에 있는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 공습을 감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IS 공습에 나서게 된 것은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지역에서의 이권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는 “미국민과 IS에 의해 대량학살 위기에 처한 이라크 내 소수종파 야지디족 보호를 군사 공격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쿠르드 지역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다”며 “쿠르드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엑손모빌 등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의 이익과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또 “미 상원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사태에 재개입하게 된 이유를 몇 가지 더 들고 있다. 먼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당시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에 쿠르드족이 적극 협력했다는 것이다. 쿠르드족은 후세인 정권이 1988년 화학무기를 사용해 주민 5000명을 학살한 이후 후세인 몰아내기를 추진하는 미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후세인 몰락 이후 등장한 이라크 중앙정부의 무능도 미국의 쿠르드족에 대한 직접 지원 배경 중 하나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의 수니파 차별정책으로 야기된 이라크의 혼란이 바그다드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IS의 세력 확장에 대응할 최선의 방안이 쿠르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특히 IS가 그 세력권을 북부 쿠르드 지역으로 확장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IS를 직접 공격했다는 것이다. 친미파인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이 향후 이라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시리아에선 정부군·반군·IS 3파전
전문가들은 IS에 대한 미국의 제한적 공습만으로는 IS를 격퇴할 수 없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광범위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IS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 IS 무장세력이 이라크 국경을 수시로 넘나들며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시리아 내 IS를 공격하지 않을 경우 IS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격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시리아 내 IS 공격의 효과와 파장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리아에서는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IS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알아사드 정권과 IS와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반군이 정부군에 대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알아사드 정권의 강화를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군을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알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중동 교두보 역할을 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공격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IS나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등 결정적인 계기가 없다면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세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또 다른 미국인 인질의 참수를 예고하고 있는 IS에 맞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온라인 중앙일보 ·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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