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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폐암 인과관계 … 상식인데 법원만 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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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연방 정부가 처음으로 제기한 담배소송을 승리로 이끈 샤론 유뱅스 변호사. [김성룡 기자]

1999년 미국 정부 측 담배소송팀이 워싱턴주 연방법원에 처음 섰다. 상대는 필립모리스와 8개 대형 담배회사. 정부 측 팀원은 34명, 상대 측 변호사는 400명. 미국 정부가 제시한 기록만 730억 페이지에 달했다. 6년 넘게 이어진 이 싸움은 미국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2006년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는 “담배회사는 담배에 라이트(가벼운), 마일드(부드러운) 같은 표현 사용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담배소송 역사에 기록된 이른바 ‘케슬러 판결’이다. 이후 미국산 담배에는 이런 문구가 사라졌다.

 당시 미국 법무부 소속 검사로 이 판결을 이끌어 낸 샤론 유뱅스(59) 변호사가 한국을 찾았다. 유뱅스 변호사는 22일 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하는 ‘담배규제와 법’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선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국내에선 30명이 담배회사(KT&G)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올 4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개인과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소송은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정보력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다르다. 건보공단이 낸 소송의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건보공단은 다음 달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법적 싸움에 돌입한다.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 소송비용으로 세금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설사 소송에서 진다 해도 담배회사가 얼마나 위험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담배가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가 드러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이를 깨닫게 된다면 져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 담배소송의 핵심 쟁점은 뭔가.

 “첫째는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가를 증명하는 문제. 다른 하나는 담배회사의 위법성이다.”

 - 국내 대법원은 담배와 폐암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불가능한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도 암에 걸린다. 그러니 꼭 암이 담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거다. 전 세계 과학자가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리 모두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법만 다른 소리를 할 수 있나.”

 - 국가의 과도한 금연정책으로 인해 흡연권을 박탈당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흡연자들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함께 나누는 공기를 더럽힐 권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권리는 없지 않은가. 흡연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다.”

글=김혜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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