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뿌리를 찾는 캠페인|<시조>『산촌에 오는 봄』|김해랑(서울 관악구 봉천1동 430의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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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 싸리율 마른 줄기
향내 또한 그윽한데
쪼로롱 산새소리
이맘땐
외할머니 댁
복사꽃도 벙글짓다.

<2> 피라미 찬등에도
물방울이 듣는다.
대숲에 이는 바람
비늘인양 묻어나면
산새는
또 봄을 물고
어느 마을 도는가.

<시조>길 | 박필상(부산시 부산진구 가야2동사무소)

<1> 가다가 끝없는 길
고개들어 돌아보면
은빛 햇살 타고 넘는
한줄이 살 그림자,
한 세상
나을에 안겨
밤을 앓는 낯달이여

<2>고갯마루 올라 서서
지평을 바라보면
오가는 발자국 소리
사려 딛는 세월 자락,
불타는
날개를 달고
다리 위를 걷고 있다.

<시조>『허수아비의 노래』|이충환(육군 제8560부대 3중대)

<1>상처 난 내 발 아래 앙금처럼 누적된 가난
팽이자루 부러지고 손톱, 발톱 다 닳도록
삭풍에 얼어 붙은 땅 빈 들판을 지키리.

<2>메마른 가슴속에 온갖 아픔 가득안고
지난 밤 악몽으로 온몸을 떨면서도
눈보라 혹한의 또 하루 혀 깨물며 견디리.

<3>푹 너머 얼어붙은 강물조차 숨죽인밤
허기로 쓰린 영혼 난도질 되어가도
소망은 어른거리며 피어나는 황금물결

<시조>『탈놀음』|정애경(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360의3)

<1>뼈울음 겹겹이 저며
내 춤사위 다스리고
바람처럼 하늘섬겨
몸풀고 강이 되면
천길로 자맥질하는
머리 검은 한 뼘 짐승

<2>냉가슴 울울이 풀면
살무늬질 이승살이
천년을 빚어 온 웃음으로 살으라고
열가닥 연빛으로 날린
건물달은 넋겉이라

<3>흰 촛불 목에 감고
배냇짓에 익은 목숨
한 세상 지고가는
가슴앓이 주름마다
품어도 꽃으로 피는
불탑속의 천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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