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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 참수한 IS 대원, 이라크인 아닌…

중앙일보

입력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인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사건에 유럽도 발칵 뒤집혔다. 사안의 잔혹성도 그렇지만 ‘처형자’의 정체 때문이다. 구사한 영국 영어가 런던 동부나 잉글랜드 남서부 출신만 구사할 수 있는 억양인 까닭이다. 영국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영국에서 자란 사람이란 얘기다.

영국의 데본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일 급히 총리관저로 돌아온 까닭이다. 그는 긴급회의를 마친 후 “아무래도 (처형자가) 영국인인 것 같다”며 “아주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영국인이 중동으로 가 극단주의 집단에 합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들의 합류를 막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처형자 신상 파악에 나섰다. 특히 국내 정보를 관장하는 MI5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얼굴을 모두 가렸지만 목소리는 분명해 그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란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IS의 인질들을 관리해 ‘간수’로 불렸던 파키스탄계 영국인 4명과 관련이 있거나 인질들이 ‘존’이라고 불렀던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라즈 마허 킹스칼리지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영국 출신 IS대원들이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인데 이어 처형자로까지 나서는 걸 보게 됐다”며 “불행하게도 가장 악랄하고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테러리스트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그러나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EU 차원에선 “3000여 명이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IS 소속”(파이낸셜타임스)이라고 보고 있다. 올 초 벨기에 출신 테러리스트가 참수 현장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공개된 일도 있다. 영국은 500명 수준이다.

유럽은 특히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초긴장 상태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인 이유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IS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제안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도 외국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통’을 깨고 이라크에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휴가지인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IS는 여자와 어린이 등을 납치하고 고문·성폭행·노예화·살인 등을 저지르고 있다”며 “암덩어리인 IS를 끝내버리자고 호소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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