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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개대 유네스코학생회|5박6일 동안 지도자교육|「통일문제」서부터 「시조 짓기」까지…대화와 토론으로 지덕을 쌓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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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럴드·핀터」의 원작『방 (방)』이 공연되는「유네스코」청년원대강당. 젊은 관객들의 시선들이 무대위로 쏠린다.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려는 외부의 침입자(현실의 불합리)와 고독한 투쟁을 벌이는 가장으로 분(분)한 계승용군(충북대2년)이 아내(이재복·양명여대2년)의 옛 애인이라면서 행패릍 부리는 김사희군(동아대2년)의 목을 조르는 긴장된 순간. 숨이 넘어 갔어야할 김군이 배시시 웃으며 벌떡 일어나고 막이 내린다. 순간「와르르」터지는 웃음소리박수소리….
경기도 이천군 마장면 덕평리「유네스코」청년원.
전국 62개 대학「유네스코」학생회 1백32명의 젊은이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와 덕을 쌓는다.
올해「유네스코」학생지도자 교육과정은 16일부터 21일까지 5박6일「코스」.
이들의 하루는 새벽6시 잔설 덮인 설원을 뛰면서 시작된다.
상오9시부터「탐구의 시간」「초대교수의 강의」「만나고 싶었던 분과의 대화」「분반토론」의순. 취침은 밤10시30분.
전 교육과정이 학생들 스스로 만든 운영위원회(회장 김성민·동국대4년)의 통제 속에 전개된다.
초빙교수의 강의는 국립박물관장 최순우박사의『민족문화와, 국민의식』, 숭전대 문리대학장 어윤배박사의『복지사회의 과제와 전망』등 80년대를 사는 한국의 젊은 지성들이 한번은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만나보고 싶었던 분」으로 초대된 이범석통일원 장관은 학생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통일문제를 토론, 학생들로부터「대화가 통하는 장관(?)」으로 인기를 끌었다.
멀리 제주도에서 상경한 강경호군(제주대1년)은 이번 수련회를 통해『자신이 얼마나 무식한가를 절실히 깨달았다』면서『너 자신을 아는 것이 힙이다』며 넉살을 부린다.
20일 하오7시. 고전연구반이 분반활동을 통해 토론하고 연구한 결과가 무대 위에 올려진다.
『춘향아, 요내 심정 요로코롬 몰라주냐. 내지위 내권세를 죄바쳐 모실텡께 이몽룡 썩 내번지고 두리둥실 살아볼껴.』
춘향전을 소재로 권세만능(?)의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한 강봉주양(이대1년)의 시조발표에 장내는 온통 웃음바다.
30여명의 고전연구반원들이 발표하는 시조에는 저마다 번득이는 기지와「위트」, 해학과 풍자가 깔려있다.
분반활동 발표가 끝난 저녁9시. 이별을 아쉬워하는 석별의 모임이 경쾌한「포크·댄스」와 함께 시작된다.
정열적인「스페인」풍의「폴카」춤. 밝고 경쾌한「리듬」에 맞춰 둥글게 원을 그리며 「스텝」을 밟는다.
이어서 뒤따르는 촛불행렬. 저마다 자신의 촛불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1년후의 나에게」보내는 자전적 편지를 쓴다.
그것은『1년이 지난 후 자신을 돌아 볼 때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편지』라고 장미양(한양대1년)은 말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청소년 및 학생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갖가지 연수교육을 시각한 것은 16년 전인 65년부터.
금년까지 27차례나 전국대학「유네스코」학생회간부들이 지도교육을 받아 사회 각 분야에서 보람된 사회활동을 펴고있다. <금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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