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팎 좀맞이 채비|전세값 얼마나 올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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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었던 날씨가 풀리기도 전에 전세 값이 많이 뛰었다.
철만 되면 이동을 해야하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예년 같으면 본격적인 이사철은 3, 4월쯤인데 올해는『철이 아닌 1월부터 전세이동』이 시작됐다.
특히 서울 강남의 대단위「아파트」지역에는 전세 집을 하나 구하고 싶어도 내 논집이 없다.
작년 11월이나 12월초까지만 해도 내놔도 나가지 않아 야단이던 때와 비교하면 불과 1∼2개월 사이의 큰 변화다.
전세이동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올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추워 난방이 좋은「아파트」를 많이 찾는 데다, 정부가「임대차보호법」을 재정해 전세기간은 l년으로 연장할 방침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또 자녀진학문제 때문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미리 짐을 옮긴 사람도 있고, 본격적인 철을 맞아 집 얻는 고생을 하기 전에 집 값이 쌀 때 미리 옮기는 층도 늘었다.
그러나 수급측면에서는 작년의 부동산 경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집을 적게 지은 것도 큰 원인이다. 부동산 경기가 최저 점에 이르렀던 작년 11월에 비해 지금은 강남지역「아파트」전세의 경우 ▲25평 이하는 1백50만∼2백만원 ▲25∼40평(중산층)은 2백만∼3백만원 ▲40평 이상은 3백만∼4백만원이 올랐다.
이 지역의「아파트」는 내놓기가 무섭게 전세계약이 되고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편이다.
특히 40평 이상은 공급이 거의 없는 편인데 비해 찾는 사람은 자꾸 늘어간다는 것.
「아파트」전세에 대한 공급부족현상은 절대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계속 될 것이지만 그 동안 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값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업자들의 전망이다(서울 반포 대한부동산 이창일씨의 말).
지역별로는 도곡동 등 주공 13평형과 암사·가락·내발산동 등의 시영「아파트」등 연탄을 때는 소형「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 주공 13평형이나 시영 13평형의 경우는 작년 12월초까지만 해도 3백만∼3백50만원 선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금은 1백만원이 올라 4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평당 8만원이나 뛴 폭이다. 집중 난방식에 비해 관리비가 싼 것을 찾는 알뜰 가계의 한 단면이다.
같은 강남지역「아파트」라 해도 지역과 층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교통편과 주위환경·학교·시공업체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휘문·숙명 등이 학군으로 배정된 도곡동은 최근 정부가 이 지역과 인접한 개포동 일대를 대규모「아파트」단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움에 따라 값이 많이 뛰었다.「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상대적으로 값이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았다.
단독주택은 거의 작년 수준을 약간 웃도는 선에서 전세 값이 결정되고 있다. 한편 전세를 내놓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아파트」지역이나 주택가의 동사무소 게시판에 일정한 규격의 광고 난을 만들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한 일이다(종각 지하상가 전시관 위류환 상무의 말).
지난 연말 주택공사가 조사한「임대주택현황」에 따르면 도시에서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가구 중 절반정도가 내 집을 마련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며 월 1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22.1%가 아예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전문가들에 의해 이들 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생산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정부는 그 동안 주택공사가 지어오던 임대「아파트」를 올부터는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금회전을 빨리 시켜 주택공급의 절대량을 늘려보겠다는 발상이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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