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관 식품검사 차이가 너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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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식품 등 품질을 검사하는 감점기관의 분석결과가 기관마다 달라 전문감정 기관의 공신력이 문제되고있다. 최근 산가측정치를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있는 식용유를 감정한 연세대 공해연구소(소장 권숙표 교수)·국립보건 연구원(원장 신양식)·시립보건 연구소(소장 박성배)의 산가 감정결과는 무려 60∼10배쯤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한국부인회(회장 박금순)가 연세대 공해연구소에 감정 의뢰한 식용유의 산가는 0·6이었으나 「메이커」측의 진정으로 검찰이 수거해 의뢰한 감정결과는 국립보건연구원이 0·07, 시립보건연구소가 0·01로 나타나 연세대공해연구소의 수치보다 최고 60분의1까지 차이를 드러냈다.
검찰은 감점기관간의 수치가 차이가 크자 어느 것을 믿어야할지 몰라 17일「샘플」을 다시 수거, 3개 기관은 한결같이 지금까지 감정한 상품이 제조일자가 달라 사실상 다른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샘플」수거방법이나 보존기간·보존용기 등에 따라 오차는 인정할 수 있지만 최고 60배씩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감정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산가 감정은 그렇게 고도의 기술이나 정밀기계가 필요한 만큼 까다로운 것이 아닌 기초적인 것인데도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검찰은 공해연구소에서 감정하고 남은 「샘플」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남은 「샘플」을 서로 바꾸어 감정토록 시도, 공해연구소 측이 이에 응해 보관 중이던 「샘플」을 제출했으나 국립보건연구원 측은 「공인기관의 감정결과를 불신해 사설기관과 동등한 자격으로 교차 감정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혀 교차감정시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16일 검찰에 출두한 공해연구소장 권숙표 교수는 『외국에서도 신선한 식용유의 산가가 0·1정도이며 0·01이란 소수점이하 두 자리까지 내려가는 정밀한 수치는 특수기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국립보건연구원과 시립보건연구소의 감정수치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처럼 연구기관 사이에도 서로를 불신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어 수사관계자들도 당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국가기관의 전문가는 동일회사 제품을 놓고 『연대공해연구소에서 조사한 산가와 국립보건연구원 등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산가가 6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적으로 보아 조사시기가 겨울철이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한국부인회 측이 수거 및 보관·운송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다해도 그 정도의 차이는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산가 측정방법 역시 두 기관이 모두 「알칼리」중화적정방법을 썼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기관중 한 기관에서 잘못 측정했거나 또는 서류에 「타이프」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숫자를 한 단계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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