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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금지표지가 너무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하지 말라」는 표지가 너무 많다. 길거리의「주차금지」, 골목길의「놀이금지」「쓰레기 버리지 말라」등 너무, 흔해 무심히 넘기는 것에서부터 고궁의「촬영금지」, 병원의「면회금지」, 관공서의「이석 금지」「외식금지」에 이르기까지 생활주변이 온통「금지」와「경고」패말 투성이다. 이 같은 금지표지는 대부분 설치한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스스로 지키지 않아 계몽효과가 적은데다 금지된 행동을 오히려 충동질할 때도 있으며 지나친 속박감과 쓸데없는 죄의식을 느끼게 해 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계자들은「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식의 금기적 표현보다「잔디밭을 보호합시다」등 스스로 생각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강변 웅덩이 고압 전주 주변 등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아무 표지가 없는 경우를 지적했다.

<거리>
서울 4대문 안 간선도로변이나 웬만한「빌딩」가에「주차금지」패말이 없는 곳이 드물다.
늘어나는「빌딩」과 차량 홍수 속에 주차장이 모자라 어차피 길가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는데도「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또「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지 말라」는 패말이 나붙은 곳엔 으례 지저분한 꽁초와 휴지·가래침이 범벅돼 나뒹군다.
서울 서대문 경찰서 앞 도로의 경우 길가에「주차 절대 금지」라는 패말이 어엿이 설치 돼있으나 경찰서 관용차량은 물론 경찰서에 용무를 보기 위해 찾아온 민원인들의 차량이 2∼3대씩 항상 주차해 있다.

<고궁>
「촬영금지」「잡상인 출입금지」「꽃나무 촉수금지」등 금지 패말 투성이다.
휴일 모처럼 가족들과 고궁나들이를 가「카메라」로 단란한 모습을 찍으려는 시민들은「촬영금지」라는 패말에 당황하기 일쑤다.
회사원 정영철씨(40)는 지난 주말 창경원에서 회전그네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다가 경비원의 제지를 받고 휴일기분을 망쳤다고 말했다.

<공원>
서울 어린이 대공원·남산공원·낙성대 등 크고 작은 공원에는「잔디밭 출입금지」「방견·구기놀이금지」「촉수금지」「식수사용금지」등「하지 말라」는 패말과 표지만도 5∼6가지나 된다.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온통 잔디밭뿐이고 쉴 곳이란 돈 내고 들어가는 놀이시설 뿐인데도 어딜 가나「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패말뿐이다. 특히 남산 야외음악당 자리에는 넓은 놀이터가 있어「배드민턴」이나 간단한 공놀이를 하는데 불편이 없는데도「각종 구기운동을 일체 금지한다」는 대형 경고 패말(가로 1.5m 세로 1m)을 세워놓고 있다.

<번화가·우범 지대>
서울도심 번화가인 무교동이나 명동입구에 나붙은「미성년자 출입금지관」은 청소년들이 거리낌없이 출입하고 있어 무용지물.
부모와 함께 이곳을 나들이하는 어린이들이 이 표지판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 또 영등포 역 근처 등 윤락가에 나붙은 출입금지 표지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 오히려 이곳에 드나들고 싶도록 충동질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병원·관공서>
병실 입구에 나붙은「면회금지」관공서 사무실의「외식·이석」금지도 지켜지지 않는 표지.
연세대 최정훈 교수(교육학)는『이것도 하지 말아라, 저것도 하면 안 된다』는 식의 금기적 표현보다 사고와 선택의 능력을 길러주는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잔디밭 출입금지」는 구속력이 강하지만 그만큼 비교육적이며, 「잔디를 보호합시다」가 호소력이 있고「잔디 양생 중」등은 잔디밭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어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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