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시장 되살릴 처방은 '먹거리 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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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시 비산동 서부시장에서 최장성 상인회장(가운데)과 상인들이 프랜차이즈 거리 조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서부시장 먹거리 타운 조감도.

대구시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은 달성공원 뒤에 위치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서문·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했다.

서부시장은 1972년에 지은 2층짜리 주상복합건물 16개 동(점포 504개)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가게, 2층은 주거공간이다. 점포당 면적은 14.9~19.8㎡(약 4.5~6평). 당시 현대식 시장으로 주목받았지만 손님이 줄면서 폐허로 변했다. 10여 년 전부터 주변에 대형 마트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손님을 빼앗겨서다.

 19일 오후 서부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상가 벽 곳곳에 금이 가고 페인트도 벗겨져 있다. 녹이 붉게 슨 창살에다 슬레이트를 얹은 처마는 곧 무너질 듯 위태해 보였다. 시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대다수 점포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장사를 하는 점포는 150여 곳에 불과하다. 쌀·콩 등 곡물류와 건어물, 참기름 등을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상인들은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곳이 어디 있느냐. 시장이 아니라 피란민촌”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이런 서부시장이 변신을 시작한다. 일부 빈 점포에 외식업소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조성사업이다. 시가 8억원을 들여 상가 건물 기둥을 보강하고 낡은 슬레이트 처마도 걷어낸다. 우중충한 점포의 벽과 점포 사이 골목길도 말끔하게 단장한다. 여기에 시가 유치한 호식이두마리치킨·종국이두마리치킨·대한뉴스·돼지팡 같은 지역 유명 음식 프랜차이즈 16곳이 입점한다. 이들은 점포 3~5개씩을 임차해 식당으로 꾸민 뒤 12월부터 영업에 나선다. 시는 29억원을 들여 내년 상반기 중 시장 인근에 50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도 만들기로 했다.

 시는 지역 여행사와 협의해 대구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이곳으로 유치하고 대구시티투어 코스에도 넣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입점업체들이 새로 개발한 메뉴를 손님들에게 싸게 내놓는 ‘테스트 푸드 코트’ 역할도 하도록 했다. 대구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시장 상인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시가 직접 나서 먹거리타운을 만드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동산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곳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거리 조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점포(19.8㎡짜리) 매매가가 3000만~4000만원에서 5000만~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다수 상인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젊은이나 가족 나들이객이 좋아하는 외식업체가 들어오면 기존 가게에도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치킨점 몇 곳이 들어온다고 텅 빈 낡은 시장이 살아나겠느냐는 것이다. 상인 김지선(67·여)씨는 “시와 입점업체들이 의지를 갖고 프랜차이즈 거리를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정기영 생활경제담당은 “프랜차이즈 거리가 잘 되면 주변 빈 점포에도 상인들이 들어와 결국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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