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마지막 미사, "일흔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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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집전한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예수는 죄 지은 형제를 일흔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셨다”며 남북한 간, 한국 사회 내 화해를 촉구했다.

이날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의 강론 내용은 화해와 용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강론 전반에서 남북 대화와 화해에 대해 강조했다.

초반에 교황은 “오늘의 미사는 첫째로, 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하여 드리는 기도”라고 말했다. 곧 이어 “하느님의 약속을 한민족이 체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듣게 된다”며 “그것은 바로 지난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이라고 남북관계를 언급했다.

교황은 “예수께서는 죄를 지은 형제에게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을 이룬다” 며 “집에서, 공동체 안에서,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라”고 당부하며 사회 전반에 대한 용서와 화합을 권했다.

남북 간 화해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교황은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또 그리스도인들의 사회 기여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를 점검해보라는 부르심이 있다”며 “불운한 이들, 소외된 이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 많은 이가 누리는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하여 과연 얼마만큼 관심 가졌는가 반성하라”고 말했다.

또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돌아오라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우리를 부르신다”며 “한국에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그 새로운 날의 새벽을 준비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론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5월 18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미사에는 박 대통령 외에도 7대 종단지도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월호 유가족,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새터민과 납북자 가족 등이 초청받아 참석했다.

정부인사 중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리(제1차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박대통령과 동행했다.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대한항공 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홍원 총리가 서울공항으로 나가서 환송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공동취재단,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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