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바꾸려다 들통난 소매치기|은행서 도끼로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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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매치기한 수표를 은행에서 현금과 바꾸려다 들통이 나자 도끼와 면도칼을 휘두르며 달아나던 범인이 추격한 시민과 격투 끝에 붙잡혔다.
12일 하오4시45분쯤 서울 여의도동1가622 외환은행 여의도 지점에서 상습 소매치기 최태환씨(23·전과4범·무직·주거부정)가 외환은행 남부 출장소 발행 1백만원권 자기앞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다 도난신고 된 수표임이 밝혀지자 후문 쪽으로 도주, 이를 가로막는 은행경비원 김수동씨(30) 에게 「잠바」속에 감추었던 등산용 손도끼를 꺼내 마구 휘둘렀다.
은행 안에는 은행직원 외에 30여명의 고객들이 있었으나 범인이 도끼를 휘두르자 서로 피하기만할 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은행에 들렀던 박종승씨(23·서울신당4동40)가 달러들어 도끼를 빼앗자 최씨는 다시 면도칼(길이20cm를 휘두르면서 국회의사당 쪽으로 1백m쯤 도주, 개인「택시」를 잡아타고 달아났다.
박씨는 뒤따라「택시」를 타고 2km쯤 추격하면서 국회의사당과 전 TBC「스튜디오」사잇길을 3바퀴나 도는 숨바꼭질을 벌이다 신호대기에 걸리자 국회 경비대 소속 교통순경 김동영씨(43)와 함께「택시」를 타고 여의도 반도「호텔」주차장 앞에서 범인이 탄「택시」를 가로막고 대치했다.
차에서 내린 범인이 면도칼을 휘두르며『다가오면 죽인다』고 소리치자 박씨는 옆 공사장에서 구한 쇠「파이프」로 범인과 대항하면서『당신이 면도칼을 버리면 나도 쇠「파이프」를 버리겠다. 이제 도망갈 곳도 없으니 자수하라』고 10여분간 설득했다. 범인 최씨는『반도「호텔」에서 동료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곳에서 자수하겠다』며 함께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박씨와 교통순경 김씨가 이에 호응하는체 해 범인이 면도칼을 호주머니에 집어넣는 순간 박씨가 뒤로 덮쳐 붙잡았다.
범인은 소매치기 전과4범으로 이날 하오4시10분쯤 동료 서영훈씨 등 2명과 함께 서울 퇴계로2가 「빅토리아·호텔」앞 139번 시내「버스」안에서 이춘실씨(40·여·서울 연남동229)의 「핸드백」을 면도칼로 찢고 자기앞 수표 1백만원권 1장과 현금11만원을 훔쳤었다.
박씨는 보성고를 졸업, 지난해 6월28일 만기 제대한 태권도 2단의 유단자.
제대 후 박씨는 미국에 있는 누나 종월씨(31)의 초청으로 유학하기 위해 여권수속 중「달러」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이날 은행에 들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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