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경제운용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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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장의 회복을 내세운 새해 경제운용계획은, 당초 정부가 중기 계획에서 산정했던 제정책 목표에 비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5·4%의 실질성장, 20∼25%의 물가상승률 등은, 적어도 금년의 경험을 빼 놓고는, 접근 가능한 목표 선을 선정하고 있다.
다만 금년의 「마이너스」성장에서 반전하여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하려면 그만한 내외경제여건의 호전이 건제되어야 하나 아직 그러한 희망적 근거는 쉽게 발견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입안하면서 경제성장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세 기둥은 수출회복세의 지속, 농산물의 평년작 회복, 민간·공공투자확대 등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모두가 금년의 「마이너스」성장을 불가피하게 했던 것들이므로 이들 세 분야의 경제활동이 정상화한다면 계획은 현실성을 띨 것이 틀림없다.
우선 수출부문을 보면 올 하반기부터 신용장내도액이나 수출액의 증가가 현저하여 돌발적인 사태변화가 없는 한 내년도 수출은 2백5억「달러」에 무난히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수출의 증가가 물량면에서가 아니라 가격 상승분에 의해 대부분 「커버」될 소지가 크므로 수출에 따른 수입수요 유발효과를 감안할 때 경상수지 적자의 축소나 국내 경기자극에 기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금년의 무난한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약했던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활발한 내수의 확대를 동반하질 않는 수출경기는 이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공공투자의 증대로 내수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생산과 소비활동을 뒷받침해야하는 경기대책이 모색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공공투자의 조기집행 등 재정부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여 투자수요의 환기를 기대하는 자세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것은 민간투자의 동향이다. 올해에 21·8%나 감소한 총 투자률 81년 운용계획상의 7·1%증가로 이끌려면 민간투자의 증가가 절대적인 조건이 되며 그만큼 경기회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민간투자가 계획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생시키는 경제환경의 불식이 필수적이다.
「9·27조치」나 중화학조정 과정에서 일부 노출된 것처럼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사안, 기업 및 기업인을 대하는 왜곡된 시각을 교정하면서 투자유인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만 한다. 그래서 수출과 국내 투자가 교호작용을 하고 의외의 천재지변이 없어서 농산물의 작황이 순조로우면 운용계획대로 경제성장의 회복은 낙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역시 물가의 불안정이다.
원유가와 곡가의 상승으로 내년에 부담해야 할 원유·양곡도입액만도 7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물가안정에 돌려야할 외화는 전혀 여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조했던 국내투자에다 국제수지의 벽마저 가세한다면 국내 물가상승을 중화할 「쿠션」은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환율·통화의 「타이트」한 운용으로 물가안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지나친 절제가 경기회복에 제동을 가함으로써 경제운용에 차질을 줄 위험이 있다.
부가세, 소득세 인하 등 조세정책과 금리인하 등 금융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통화증발을 수반하지 않는 경기 자극책을 고려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
종합적인 경제운용의 관점에서 경제상황 전개에 신축성 있게 대처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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