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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0이닝 '0의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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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거위알'을 쏟아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무득점을 알리는 0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0점을 거위알(goose egg)이라고 부른다. 야구에서 거위알이 줄을 잇는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력이 무기력하다는 뜻이다.

최근 코칭스태프-선수-구단 간 갈등 양상마저 보이는 롯데가 17일 잠실 LG전에서 또다시 0-5 완봉패를 당하며 지난 13일 사직 기아전 7회 이후 30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3안타의 졸공에 그친 롯데의 시즌 팀타율은 0.178로 떨어졌다. 국내 프로야구 연속이닝 무득점 기록은 1986년 청보 핀토스가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무려 42이닝 동안 한점도 못 얻은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롯데와의 홈 3연전을 모두 완봉승으로 장식한 LG는 최근 33이닝 무실점의 '짠물야구'를 선보이며 5연승의 콧노래를 불렀다.

LG 신바람의 진원지는 '적토마' 이병규다. 지난해 이맘때 이병규는 2군에 있었다. 전임 감독과의 갈등으로 97년 입단 후 처음으로 2군의 고된 생활을 맛보기도 했다. '팀을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전임 감독의 철학과 자유분방한 이병규의 생각의 차이가 컸다.

그러면서 팀이 똘똘 뭉쳐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기적을 만들면서 이병규도 성숙해 갔다. 그리고 올시즌 '자율야구'의 주창자인 이광환 감독이 부임, 하룻밤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의 혈기를 마음껏 풀어놓자 이병규의 '기'가 살아났다.

바람난 적토마는 올시즌 LG의 4번타자를 맡아 최근 여섯경기 연속타점을 뽑는 등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병규는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빨랫줄 같은 직선타구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뽑아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는 수원 삼성전에서 2-1 박빙의 리드를 잡은 7회말 이숭용이 승리를 굳히는 2점 홈런을 때려 5-1로 이겼다. 삼성의 개막 후 연승가도도 10연승에서 멈췄다. 현대 선발 바워스는 7과3분의2이닝 동안 3안타.7삼진.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2승째를 챙겼다.

기아는 1-1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장성호가 끝내기 중전 안타를 쳐 2-1로 이겼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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