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식품·부정의약품의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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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정식품과 부정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자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법안이 정부에 의해 마련되었다.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입법회의에 넘겨진 「보건 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개정안」은 부정식품·부정의약품을 개조·판매한자나 판매를 알선한자가 사람을 사상케 했을 때, 그리고 부정식품·의약품을 제조 판매했다가 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3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했을 때는 최고 사형에서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부정 식품이나 부정 의약품의 범람으로 국민 건강이 큰 해독을 입고 때로는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았음에 비추어 이러한 입법을 하게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 가운데 약효가 표시된 것보다 훨씬 떨어지거나 함량에 미달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효능의 과대 표시로 국민들에게 의약품의 오·남용을 조장해 왔으며, 견본은 합격했지만 시판품엔 불량·부정품이 많아 뒤늦게 수거 폐기되어 소비자만 우롱 당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 7월 한달 동안의 특별 단속에서 6백30개 품목에 대한 검정결과 11개품목이. 허가 취소되고 42개 품목이 제조정지 처분을 받은 것만 보아도 그동안 우리의 의약품 제조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보다 한결 심각한 것이 식품의 경우다.
어린이들이 군것질로 먹는 과자류에서 밥상에 오르는 콩나물, 두부에 이르기까지 각종식품엔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소리가 나온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물감을 짙게 들이거나 포장을 허술하게 하는 정도를 지나쳐 당장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화공 약품까지 섞어 건강을 좀먹고 목숨을 잃게 하는 일은 비단 이름 없는 군소업자들 뿐 아니라 버젓이 간판을 걸고 식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에 의해서도 흔히 저질러져 왔다.
마치 부정식품·의약품의 천국이 아닌가 착각될 정도로 부정 의약품·부정식품이 많이 나돈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일반의식 수준이 그만큼 낮았다는 반증이다.
식품이나 의약품의 질이 한나라 문화의 척도임을 생각할 때 부정식품·부정약품의 범람을 국인 모두가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겨야 할 일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부정 의약품과 유해식품 단속을 되풀이해 왔지만 근절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당국의 단속이 실적만 앞세운 연례행사, 즉 형식에 치우친 때문이란 비판을 들어왔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거나 미미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국은 처벌 규정을 대폭 바꾼 이번 입법 조치를 계기로 제조 과정에서부터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감독과 단속을 펴 다시는 부정식품이나 의약품이 나돌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법적 장치만으로 부정식품·의약품을 추방할 수는 없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당국은 우선 위생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무허가 영세 업소의 식품개조 행위를 금지하고, 허가가 있는 「메이커」에도 유자격 식품 관리인을 반드시 두도록 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부정 식품이나 의약품에 의한 피해를 「메이커」측이 철저히 보상토록 되어 있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제도를 본떠 피해 보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결국 인명과 직결하는 부정식품·의약품의 근절은 체형 위주의 처벌에 앞서 미국의 FDA(식품의약품 관리청)처럼 단속주무 관청에 절대적 권능을 줌으로써 가령 농사의 경우는 씨앗 뿌리는 일에서부터 당국의, 철저한 감독의 손질이 미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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