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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한파까지 일찍 기승|움츠러든 세계의 세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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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건진·김재혁 특파원】미국에서도 연중 가장 큰 대목이라면 연말을 낀「크리스마스·시즌」을 친다. 추수감사절부터 12월 내내 계속되는 이 「크리스마스·시즌」을 위해 각 백화점과 상가들은 요란스러운 장식과 「세일」구호를 내걸고 손님유치에 혈안이 된다.
그러나 금년 미국의 「크리스마스」대목은 「인플레」와 고금리 때문에 별 볼일이 없게 됐다고 상인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은 11월27일. 22일이었던 작년에 비해 「크리스마스·시즌」이 닷새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20%에 달하는 고금리까지 작용, 매상이 크게 오를 기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어즈·로버크」「K·마트」「J·C·페니」등 백화점들의 매상고를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조금은 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7%의 「인플레」율을 감안할 때 이 매상고는 오히려 보합세 내지는 감소추세라고 할 수 있다.
「시어즈」「J·C·페니」등의 관계자들은 『작년보다는 낫다』『해볼 만하다』는 등 애써 낙관론을 펴 보이고 있으나 역시 12월 후반에 가서 소비자들이 쏟아져 나오기나 기다릴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투다.
이에 비해서「뉴욕」에 본 거를 둔「블루밍데일」「석스」「메이시」등 고급백화점들은 오히려 큰 소리다.
「블루밍데일」의 「마빈·트라우브」회장 같은 사람은『놀랄 만큼 높은 판매고를 올리게 될 테니 두고 보라』며 자신만만한 전망을 내리고 있다.
「시어즈」등은 저·중간소득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대해「블루밍데일」등은 고소득층이 상대. 따라서 전자가 「인플레」의 타격을 크게 받고 있는데 비해 고급 점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이런 경향은 팔리는 물건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즉「시어즈」「K·마트」등에서조차 값비싼 물건이 잘 팔리고 싼 물건은 좀처럼 팔리지를 않는다는 것.
이것은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질」을 중시하는 고급화지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번「크리스마스·시즌」에 특히 많이 찾는 물건들은 값비싼「스포츠·웨어」나 유명「디자이너」가 만든 의류·보석·「비디오·테이프」등이다.
가전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비디오·테이프」판매는 금년 7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이것은 작년의 40만대를 크게 상회하는 판매량. 1대 2백「달러」(12만원)씩 하는 「스테레오·플레이어」는 물건이 달릴 정도로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고.
금년「시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소비자들간에 크게 동양「붐」이 불고 있다는 것. 「쇼오군」(장군)의 「히트」가 영향을 준 탓인지 일본·중공의 인형·자기·가공 보석 류를 팔고 있는 곳에는 마치 구름처럼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이들 일본·중공 제 물건들은 이미 12월 전반에 작년 매상의 배 이상을 올리는 호경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부분적인 호경기를 제외하고는『전체적인 매상고는 역시 신통치 못하다』는 게 판매관계자들의 실토다. 이들은 대체로『이번「크리스마스·시즌」의 매상은 작년에 비해 2∼3%증가하겠지만 양적으로는 오히려 약간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어두운 전망을 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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