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해금자들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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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1·25 판정」에 따라 정치활동이 허용된 구 정치인은 2백68명. 이중엔 10대의원 1백1명이 포함되어 있다.
해금자의 대다수가 여야와 구 공화당, 혁신당 등 너댓 갈래로 모습을 보이는 신당을 찾아 정치를 계속할 움직임이다. 특히 각 공화당 소속이었던 25명과 신민당 출신 17명은 정치를 떠나서는 살수 없다는 듯이 새로운 당을 만들려고 앞장서거나 새 여당을 쫓고 있다. 어느 「버스」를 타야 여의도 의사당에 안착할 것인가가. 해금자들의 당면 과제이자 고민이다.
구 공화당이었던 김종철(전 당무위원) 양찬우(사무총장) 김용호(원내총무) 씨 등은 하나의 신당을 만드는 일에 나섰고 이진근(충주-중원) 이만섭(대구 중) 이도선(여수-광양) 강병규(영등포) 최영철(목포 신안) 정희섭(관악) 손승덕(춘천-춘성) 김상석(함안-의령) 김재홍(부산남) 박정수(김천-상주) 변정일(제주) 유경현(순천-승주) 윤국노(안양-시흥) 이준섭(대덕-금산) 계태섭(서울 강남) 정동성(성남-광주) 정휘동(김천-상주) 이호종(고창-부안) 하대돈(밀양-창령) 한갑수(나주-광산) 홍성우(서울 도봉) 씨 등은 마땅한 당을 찾는 입장에 있다.
이들 22명 중 새로운 여당에 갈 사람은 4∼5명에 되고 있다.
그밖의 사람들은 불과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대부분 김종철씨 중심의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구 신민당의 해금자 17명중에서 개혁 주도 세력이 추진하는 여당에 3명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박권흠씨(경주-영도)는 김영삼 전 총제계로서 대변인을 지냈고 김종기씨(달성-경산)는 박준규 구 공화당 의장과 같은 선거구 출신의 초선이다.
김은하(인천) 유치송(평택 화성) 신상우(양산-김해) 유한열(대덕-광산)씨는 보수야당 재건작업에 앞장서 있고 김전섭(춘천-춘성) 김승목(부산 남) 김원기(정읍-김제) 김현규(구미-선산) 오홍석(고양-강화) 유용량(수원-화성) 이성연(영광-함평) 임종기(목포-신안) 석규창(영천-포항) 조중연(부여-서천) 허경만(순천-승주)씨 등이 함께 참여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회 출신들은 구 공화당 지역구를 거친 이순원씨(충주-중원) 등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눈치 작전 중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지역에 기반이 있는 김영광 이자헌(이상 평택) 신광정 김영수(이상 경산) 김용치(광산) 김종하(마산) 백영동(김제) 신철균(춘천) 윤인식(함안) 이상익(서천) 이종식(고령) 전부일(광주) 정희채(부산) 조병규(사천) 조일제 조홍내(이상 함안)씨 등은 신당에 대한 생각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이들 중에 개혁파주 도의 여당에 발탁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구나 생리적으로 야당을 찾아 나선 사람도 신도성·고정동씨 등이 추진하는 혁신당에 기웃거리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이들이 갈 길은 김종철씨 중심의 구 여당 쪽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어느 당을 업든 간에 이들이 다음 선거에 나선다고 볼때 지역구에서 부닥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순천-승주에서 유경현·허경만씨가 △목포-신안에서 최영철·임종기씨 △춘천-춘성에선 손승덕·김준섭·신철균씨 등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의원 출신이 아닌 전 야당 간부들의 향방은 다소 복잡하다.
중앙당의 부국장 이상의 간부들은 대부분 이번이 의원에 진출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있다. 전직 야당 의원과 지역구가 겹치지 않는 한 무조건 새 야당에 합류할 의향들인 것 같다.
특히 야당의 아성이었던 서울에서 10대 의원이 모두 정치 쇄신법에 묶인데 따라 서울의 황금 노다지(지구당)를 찾아 뛰는 사람이 많다. 지난 선거 때 신민당은 서울의 11개 지구당에서 모두 당선자를 냈었다.
정대철(종로) 송원영(동대문) 김제만(성동) 조세형(성북) 고흥문(도봉) 김재광(서대문) 노승환(마포) 박한상(영등포) 김수영(관악) 정운갑(강남) 김영배(강서) 씨가 장밖에 나가 있다. 더구나 서울에서의 증구가 예상되기 때문에 김제만 김영배씨가 오랜 당료 끝에 서울 지구당을 얻어 쉽게 의회에 진출했던 예를 따르려는 지망생이 많다.
공화당에서 조직부장을 지낸 김한선씨를 비롯해 정창화(훈련부장) 양영치(전문위원) 김유상(기획 관리부장)씨 등 공채로 들어가 15년 가량 당일만을 맡았던 사람들은 새로운 당에 참여하게 될 공산이 크다.
「5·16」후 제3, 제4공화국을 주름잡아 온 정치인들이 대부분 밀려나 있는 상황에서 구정치인 중 누가 두각을 나타낼지가 관심거리다. 구 공화당의 창당「멤버」였던 김종필 전 총재, 야당에서 한때 40대 기수로 경합했던 김영삼·이철승씨와 김대중, 그리고 구 공화당의 4인 체제, 반 4인 체제와 신민당의 각계파「보스」들이 이제 정치인 명단에서 지워져 있다.
여당 쪽에서는 개혁 주도세력이「뉴·스타」로 부각되겠지만 야당 진영에 과거와 같은 기수가 계승될지는 의문이다.
제3공화국 출발 때는 한민당에 뿌리를 둔 구파와 민주당 정부 때 득세했던 신파들이 도도히 야당의 맥락을 이었으나 이번에는 단절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새로운 정치」가 이같은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 행태가 변모할 수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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