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희생자 주변|22일 약혼 앞두고 참변 외무부 박창권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승객과 승무원 등 사망자 가운데 13명의 유해가 안치된 연세의료원 영안실에는 19일 밤 유가족 30여명과 대한항공직원 등 30여명이 밤을 새우며 빈소를 지켰다.
영안실에 임시로 마련된 빈소에는 외국인 등 4명을 제외한 9명의 영점과 합동분향대가 마련됐다.
외국 출장길에 참변을 당한 박창권씨(28·외무부 경제조사과 사무관)는 외무부의 주선으로 별도의 분향실에 빈소를 마련했다.
박씨의 참변소식을 듣고19일하오9시40분쯤 광주에서 고속「버스」편으로 급히 상경한 부모는 『귀국하면 22일쯤 약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무슨 날벼락이냐』며 통곡했다.
한편 이날하오 6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서울지검영등포지청 김원치 검사 지휘로 사망자의 검시가 실시됐다.
연세의료원 의사 2명과 경찰관계자 등이 합동으로 실시한 검시에서는 시체들이 신원을 알 수 없게 타버려 확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에콰드르」의 「키토」시에서 귀국하다 실종된 대자개발직원 이두환씨의 시체로 알려져 3번이나 검시를 했던 시체1구는 치과의사까지 동원되어 정밀 조사한 결과 미국인「루이스·센더」씨 (여)로 밝혀졌다.
또 하오10시께 부터는 강서경찰서 관계자들이 나와 유족들로부터 시체 및 소지금품인수서와 간단한 조사를 받았다.
○…서울 신길7동730양기장의 집에는 이날 1주일만에 무사비행을 마치고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 전병순씨(43)와 맏딸 희경양 (18·한곤대1년) 2녀 희왕양(17·고3)등이「라디오」 「뉴스」를 듣고 불안해하다 상오11시쯤 양씨의 동료 조동인씨(19)로부터 비보를 듣자 서로 껴안고 울음을 터뜨리며 몸부림쳤다.
부인 전씨는 『결혼 후10번이 넘도록 이사를 다니며 저축해 이제야 잘 살아보려 했는데 무슨 날 벼락이냐』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1등석 승객을 모두 내려보낸 후 마지막으로 나오다 질식, 숨진 선임「스튜어디스」이정련양 (24)은 이번 비행을 끝으로 회사를 떠날 계획이었다.
약혼한 이양은 내년 1월의 결혼을 앞두고 이미 회사에 사표를 냈으며 이번 비행이 끝나면 직장을 떠나 결혼준비와 신부수업을 하겠다고 주위동료에게 말해 왔었다.
○…대한항공747기 불의의 사고로 숨진 유일한 미주교포는 「로스앤젤레스」거주 김화숙씨(47)인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김씨는 8년 전 이민, 그 동안 남편 김근욱씨(51)와 LA「몬트리파크」에서 옷가게를 경영해 왔다.
부인 김씨의 사망소식을 들은 남편 김근욱씨는 18일 밤10시30분 (현지시간) 대한항공으로 둘째 딸 「리나」양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
한편 이사고로 숨진 홍옥생 할머니(67)는 미국에 사는 딸 정영숙씨 (31)의 방문초청으로 지난4월 미국에 왔다가 귀국 길에 변을 당했다. 홍씨의 사위 정주택씨 (33) 는 「리느」에 있는「호텔」의 주방장으로 일했으며 전 가족이 「라스베이가스」로 이사하는 길에 홍 할머니를 귀국비행기에 태웠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