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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에 여성 기능공들 두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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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녀린 고운 손이 미로 같은 전자회로의 숲을 헤친다. 구미공단 「한국전자통신」(KTC· 대표 이만영)설계과. 현대과학의 첨단을 가는 전자산업의 일선에서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당당하게 한몫을 하는 「자랑스런 여성이」 있다. 구미전자공고가 78년부터 올 봄까지 3년동안 배출한 모두3백55명의 여자기능공들. 졸업후 한국전자통신·금성사 등 업체에 취업한 이들 「전위여성」들은 고도의 숙련기술과 정밀성을 요하는 전자산업 분야에서 여성다운 섬세함과 성실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에만 생산과·설계과 등에 28명이 일한다. 20∼30명 작업반원을 지휘하는 반장으로 반원들이 할 수 없는 기술적인 업무를 현장에서 즉각 처리하는가 하면 각종 전자교환기의 설계를 거뜬히 해내기도 한다. 78년 제1회 졸업생으로 생산l과에서 30명의 작업반장인 박옥주양(22)은 벌써 숙련기술자의 관록이 풍긴다. 『여자들도 이런 기술분야에서 얼마든지 남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4백여종 교환기·「컴퓨터」부품의 결함을 찾아내는 것이 임무인 생산2과의 장순희양(18)은 올 봄 졸업생. 지난l윌 졸업과 함께 취업한 장양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에 활용한다는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며 자랑스런 표정. 회사 생산부장 황의선씨(37)는 『이론과 실기를 함께 익혀 업무의 이해가 빠르고 섬세하고 주의력이 높아 남자보다 생산성이 앞선다』고 이들을 칭찬한다. 이들이 받는 봉급은 상여금을 포함해 월14만∼17만원선. 같은 고졸남자 기능공보다 1호봉쯤이 낮아 「남녀차별」이라고 항의하지만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여성산업역군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은 모교인 구미공고가 올 봄부터 여자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한 것. 학교측은 올해 학교가 공립에서 국립으로 바뀌면서 『문교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졸업생들은 『전자산업의 특성상 여자가 더 적성에 맞으며 장기적으로 보아 여성인력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미공단내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종덕박사(45)도『정밀·섬세·력을 요하는 전자산업분야에는 외국에서도 여성들이 대거진출 .일하고 있다』면서 여자기능공들의 결혼후 취업을 장려하고 적극적인 여성기술인력 개발을 서둘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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