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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발생 줄고 있는데 40대 여성만 홀로 증가? "주부들 내시경 시작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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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위암은 남성 암 발생률 1위, 여성 4위다. 하지만 1999년 정부가 암 환자 등록을 받은 이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매년 0.4% 줄어든다. 사망률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1.7% 줄어든다. 5년 생존율도 2000년 46.6%에서 2011년 69.4%로 껑충 뛰었다. 위암이 덜 생기고, 걸리더라도 치료가 잘 돼 덜 숨진다는 뜻이다.

 조기 검진이 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위암 발암 균으로 분류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자가 줄어든 덕분이다. WHO 국제암연구소(IARC) 분석(2010)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 발생 대비 사망은 세계 182개국 중에서 1위로 가장 낮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국가중앙암등록본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40대 여성의 위암 발생률만 홀로 증가하고 있다. 99년 인구 10만 명당 26.6명에서 2011년 32.5명으로 22.2% 늘었다. 같은 시기 다른 연령대 위암 발생률이 거의 차이가 없거나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예를 들면 30대 여성 위암은 99년 14.2명에서 2011년 14.3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40대 여성 위암 환자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갑작스레 40대 여성의 음주율이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올라간다거나 등의 환경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과장은 “위 내시경 검진을 받지 않다가 40대가 되어서야 검진을 시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남성의 경우 30대에 직장에서 검진을 하지만 전업주부는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주부 이정자(44·경기도 김포시)씨는 2년 전 국가암검진을 통해 위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되지 않아 내시경 수술로 끝냈다. 이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며 “몸무게가 이유 없이 5㎏ 정도 줄어들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초음파 검진이 급증하면서 갑상샘암 환자가 폭증한 것처럼 40대 여성 위암 증가도 내시경 검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4년 국가암검진사업이 시작되면서 40~60대 여성의 위암 내시경 검진율이 올라갔다.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내시경 검사가 증가하면서 60대에 발견될 위암이 50대에 발견되고, 50대 위암이 40대에 발견된다. 하지만 30대 여성이 위암 검진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40대에 발견되는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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