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40년 만에 … 뜨거워진 닉슨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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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에서 리처드 닉슨(사진) 전 대통령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해지고 있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1974년 불명예 사임한지 40년만이자 그의 사망(94년) 20년만이다.

 AP통신은 최근 닉슨과 관련한 책과 다큐멘터리가 쏟아지는 현상을 “닉슨이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최신호에서 “닉슨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함께 공산 중국과 수교하고 소련과 핵무기 감축을 통해 냉전을 완화했으며, 베트남전 철수에도 미국의 국제적 입지를 유지하는 등 외교적 업적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그가 사임한 8월8일을 기념해 닉슨 대통령 도서관·박물관은 닉슨의 측근 프랭크 개넌과 총 38시간에 걸쳐 대담한 내용을 공개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84년 공표된 이후 첫 공개다. 닉슨은 여기에서 “난 싸움꾼이다. (대통령직을) 그만 두고 싶지 않았다”며 “(워터게이트 보도는) 이미 관 속에 들어가 있던 내게 대못질을 한 것”이라 회고했다.

 닉슨에 쏟아지는 관심이 반면교사로 삼기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닉슨의 인종·남녀 차별주의의 면모가 다시 부각됐다”고 평했다. NYT는 닉슨에 대한 재조명이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며, “역사는 되풀이된다. 처음엔 비극으로, 두 번째엔 희극으로”(칼 마르크스 인용)라며 공화당의 탄핵 논의를 에둘러 비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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