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넣어 협착 부위 떼내… 걷기도 힘든'5060 허리' 간단 시술로 고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세바른병원 최귀현·김순권(왼쪽부터) 원장과 김태엽(뒤) 원장이 척추 환자의 상태를 MRI 사진으로 확인하며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강정호]

척추관협착증, 노화가 주원인
척추나 관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듣고보는 게 많으니 자가진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허리가 아프다고 다 허리디스크가 아니며,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모두 관절염을 앓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몸의 각 기관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증상 역시 전이될 수 있어서 예상하지 못한 곳 이 통증의 근원인 경우가 있다. 한 모씨(70세)도 자가 진단으로 고생한 사례다. 엉치와 다리의 저릿저릿한 통증 때문에 몇 년 동안 좋다고 하는 갖가지 방법을 써봤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마침내 척추 병원을 찾았다. 한 씨를 괴롭혀 온 병은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세바른병원 최귀현 원장은 “척추관은 척추신경이 통과하는 관을 일컫는다. 노화로 척추관의 벽이 두꺼워지면 신경을 압박하여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보통 허리와 다리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다리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다리에 쥐가 나 자다가 몇 번이고 깬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5~10분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빠져 걷다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 간헐적 파행이라는 증상이다. ▶허리를 뒤로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굽히면 오히려 통증이 가라앉는다 ▶종아리가 터질 듯이 붓는다 ▶엉치 쪽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는 증상들도 척추관협착증의 특징이다.

척추관협착증의 주된 원인은 노화다. 세바른병원 김순권 원장은 “허리디스크는 발병 연령에 큰 차가 없다. 그러나 척추관협착증은 50~6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노년층에서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은 발병 연령이 높다 보니 치료를 주저하는 환자들이 많다. 노년에 고된 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레 걱정하기때문이다. 또 척추질환은 치료하면 오히려 악화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 역시 허리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비수술 치료를 통해 통증을 없앨 수 있다. 비수술 요법은 치료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전신마취와 피부절개를 하지 않으므로 치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척추협착 풍선확장술은 풍선으로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비수술 요법 중에서도 최신 치료법에 속한다. 꼬리뼈 부분을 통해 풍선이 내장된 미세한 카테터를 척추관 내부에 삽입한 뒤 풍선을 부풀려 공간을 만들어준다.

세바른병원 김태엽 원장은 “기존의 비수술 치료가 통증 완화에 집중했다면 척추협착 풍선확장술은 풍선의 부피를 이용해 협착을 물리적으로 해결하고 압박된 신경을 풀어주는 시술이다. 협착의 정도가 심하지만 수술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특히 효용이 크다”고 밝혔다. 다른 비수술 치료법처럼 국소마취 하에서 피부절개 없이 30분이면 시술이 완료된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 환자도 부담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또 시술 후 잠시 안정을 취하고 바로 퇴원할 수 있다. 척추협착 풍선확장술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新)의료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 척추관협착증에 효과를 보이는 시술로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을 들 수 있다. 내시경이 장착된 특수 카테터를 꼬리뼈 부분으로 삽입, 척추 주변을 들여다보며 통증을 유발하는 부분을 세밀히 확인할 수 있다. 또 레이저를 쬐어주고 약물을 주입해 염증·부종·유착 등을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MRI 검사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요통 환자나, 이미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환자들에게 권할 수 있다.

김만화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