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만 감독 사퇴' 경남, 창단 이후 최악 위기

중앙일보

입력

기대했던 '베테랑의 노련미'는 끝내 발휘되지 못했다. 1999년 이후 15년 만에 프로축구 무대에 사령탑으로 복귀해 권토중래를 꿈꾸던 이차만(64) 경남 FC 감독이 성적 부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 감독은 1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경기(0-2 패) 직후 구단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비단 한 경기 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은 지난 3월 26일 인천에 승리한 이후 5개월 간 16경기를 치르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9무7패에 그쳤다. 올 시즌 2승(9무9패)에 머물고 있는 경남은 리그 최하위로 떨어져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백약이 무효였다. 경남은 지난 7월 실질적인 선수단 지휘 권한을 갖고 있던 이흥실(53) 수석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충격요법을 썼다. 아울러 세르비아 출신 지도자 브랑코 바비치(64)를 기술고문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긍정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 진경선(34), 크로아티아 출신 장신 공격수 에딘(28) 등 시즌 중에 영입한 자원들의 팀 기여도도 기대 이하다.

재정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12년 구단 자본금이 바닥난 이후 스폰서십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경남은 그간 '흙 속의 진주'를 길러낸 뒤 서울·수원·전북 등 빅 클럽에 팔아 구단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해결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K리그가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선수 이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원 지역을 연고지로 공유하는 프로야구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선전 또한 경남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NC는 올 시즌 94경기에서 52승42패로 삼성·넥센에 이어 페넌트레이스 3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크다. 지역 스포츠계의 관심이 NC쪽으로 쏠리다보니 축구단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
경남 관계자는 "시즌 중인 만큼 최대한 빨리 새 감독을 선임하는 게 급선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선수단을 휘감고 있는 패배주의를 떨쳐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쇄신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지역 축구계 인사들의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 이르면 11일 중으로 임시 사령탑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