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민속경연대회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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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속극의 서양화에 한가닥 아쉬움
지난 29일부터 3일동안 제주도민의 흥분된 축제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제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대회사상 다시없는 거도적인 뜨거운 애향심과 잔치 분위기속에서 오붓하게 끝났다.
이번 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의 『방앗돌 굴리는 노래』는 예로부터 농경민의 애환을 담았던 운반노동요의 일종으로 특히 밭농사를 주로한 제주의 고유민속으로 높이 평가됐다.
한 민족의 염원을 순박하게 오늘에 되새긴 걸작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 『방앗돌 굴리는 노래』는 남제주에서 연자방아의 바윗돌을 들어내 산에서 만든 다음 부락으로 운반할 때 부르는 노래로 주곡물이 보리·조 등 잡곡인 제주도에서 크게 번성했던 노동요의 일종.
이번대회는 이미 고갈된 민속무용에 이어 점점 쇠퇴해가는 민속극의 서양화를 보여줘 한가닥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민속의 입맛을 느끼게 하는 놀이부문이 크게 부각됨으로써 민속이 가진 본래의 고향을 맛보게 했다.
세계적인 다양성과 유구한 역사를 용해한 한국의 민속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 제주의 전국민속 예술제전은 몇가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어 큰의의를 심었다.
첫째는 대형화를 지양하기 시작했던 민속놀이가 이제는 완전히 그 정형을 되찾아 원주민의 마을 단위로 출현, 원래의 원초성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흔히 수백명의 대형출연에 학생이 동원됨으로써 비관의 대상이 되어 온 민속놀이가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밀양백중놀이』는 김매기를 끝내고 풍년을 빌며 즐기는 놀이로 다른 지방의 놀이에 비해 특이한 향토적인 춤들을 벌인것이 크게 주목됐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여러춤이 벌어진 이 놀이는 「앞놀음」「놀음마당」「신풀이」등의 3마당으로 짜여져 농신제를 시발로 시작되는 놀이의 특징인 춤잔치를 잘 벌였다.
각 부문별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한 농악의 『필봉농악』은 호남지방의 좌도농악으로 전승되어온 대표적인 농악.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이 펼친 이 농악은 밤에 넓은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판굿을 벌이는 「영기잡이」「쇠잡이」등 여러 농악대들이 밤을 지새며 13종의 놀이를 벌였다.
민속극 부문 『강령탈춤』은 『북청사자 놀음』과 함께 이북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민속극 종목으로 대회때마다 출연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하는 민속의 하나였다.
이 탈춤은 황해도 해주교방의 가무인들이 통인청을 중심으로 집결된 탈꾼들이 전승해오다 그 일부가 해주 남쪽의 작은고을인 강령에 집결돼 모두 7마당으로 짜여져, 오락적인 요소가 짙은 봉산탈춤에 비해 신앙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속놀이 부문의 『듬바루놀이』(충남)와 『영변성황대체』(평북)는 각기섬에서 해녀들 사이에 풍어와 바다일이 무성함을 빌며 하루를 즐기는 놀이로 예부터 전해온 것이고 성황대제는 영변지방에서 크게 번성했던 마을제로 「당굿」「서낭굿」등의 이름으로 흔히 불려져 왔던 것.
민요부분의 『매포민요』(충북)는 단양 팔경이 그림같이 펼쳐진 매포마을에서 짐을 서울등지로 나르는 뱃사공들이 씩씩하고 힘차게 부르는 짐 뱃소리.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풍성한 대회의 결실을 거둔 제21회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는 특히 이 대의가 도청소재지 중심의 개최를 지양하고 조그마한 마을의 후예인 소도시로 옮겨져야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고 대회규모를 국제규모로 확대해 외국의 민속이 이 자리를 빌어 함께 공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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