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도 분신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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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7일 상오 11시20분쯤 경주시 사지동 고륜사경 내에서 불교신자인 이기만씨 (55·서울도봉동153) 가 『불교계의 비리와 분쟁을 통탄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 자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경주에 내려와 불국사주지 최월산 스님을 만나 불교계의 정화문제와 신라불교 발상지인 흥륜사를 증건해 줄 것 등을 건의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이날 하오 6시쯤 흥륜사를 찾아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리고 하오8시쯤 돌아갔었다.
이씨는 이튿날인 27일 상오7시 다시 흥륜사를 찾아 불공을 드린 뒤 이 절 창고에 보관 중이던 석유20L를 통째로 온몸에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 자살했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이미 사회각계각층이 정화되었으나 불교계만은 아직도 폭력과 금력·비리 등이 난무하고 있다. 종단의 원로들이 1천4백만 신도들의 진의를 알아 나의 죽음을 불교정화의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 나는 이흠네이 순교한 흥륜사를 찾아 뜻 있게 죽는다』 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불교신자인 이씨는 64년 대령으로 예편, 현재 조계종 이서옹 전종정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3개월 전부터 뜻을 같이해온 친구 이병균씨(49·예비역 해군중령)와 함께 불교계 정화운동을 펴왔었다.
이씨가 남긴 유서는 대통령과 친구인 이씨·가족·경찰 관계자 등에게 보내는 4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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