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연극인 아닌 「아마추어」가 주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진수씨에 들어본 지방연극 실태
우리의 연극문화는 연극인구나 공연장·관객수 등 거의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연극문화의 균형있는 발전이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전 시민회관·광주 남도 예술문화회관·대구분도 소극장·마산의 소극장 「어린왕자」 등 종합예술 「센터」가 잇달아 개관됨으로써 지방문화진흥의 기틀이 점차 마련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지방연극은 어디쯤 와있는지 그동안 전국을 들면서 지방연극의 질태를 살펴본 언극 연출가 정진수씨(극단 「민중극장」대표)로부터 들어본다.
집계에 의하면 활동증인 지방극단(대학극단 제의)은 전국적으로 40여개에 이르러 숫자적으로는 서울과 맞먹는다.
지방별로는 소산과 대전이 가장 많아 부산에 6개 극단(「전위무대」「원형극장」「한새벌」「레퍼터리시스팀」「상황」「현장」), 대전에 7개극단(「엘리자베스극회」「한밭」「마당」「소라」「문화극회」「갈채」「탈」)이 활동중이다.
부산·대구를 제외한 영남에는 마산의 「무대예술」「불씨촌」, 진주의 「처용랑」「현장」, 밀양의 「메들리」, 울산의 「출발」이 산재해있고 예술의 고장인 호남에는 의외로 숫자가 적어 전주의 「창작극회」, 광주의 「시민극장」「극단Y」「예후」가 명맥을 잇고 있다.
충청지방에는 청주의 「시민극장」이 대전의 여러 극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 중.
이외에 목포·삼주·포항·제주 등지에도 간헐적인 연극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지방극단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철저한 「아마추어리즘」이다.
물론 부산의 「레퍼터리시스팀」처럼 연극에만 주력하는 전문극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외에는 전부 직장인들이 취미활동 비슷하게 퇴근후 모여 한두달 연습해서 막을 올리는 예가 대부분.
따라서 공연의 질이 미숙함을 벗어나기 힘들고 공연회수도 1년에 한두번 점도를 넘지 못한다.
거기다 악조건의 공연장, 한정돼 있는 관객수와 관객수준, 일관성 없는 「레퍼터리」선정등으로 의욕만 앞설 뿐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 지방연극의 오늘.
이런 가운데서도 특성 있는 활동을 펴고있는 극단으로 춘천의 「혼성」, 청주의 「시민극장」 부산의 「레퍼터리시스팀」등이 있다.
춘천 「혼성」은 서울극단의 아류가 아닌 향토소재의 연극, 예를들어 구한말의 항일의사 의 암류린석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통한』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등 지역문화의 정체성 탐구에 애쓰고있다.
또 서울의 어느 극만보다도 연륜이 깊은 대전의 「엘리자베스극회」, 부산의 「전위무대」, 광주의「극단Y」, 전주의 「장작극회」등도 한 두사람의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에 힘입어 향토작가의 창작극을 비교적 활발히 무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연극의 기본기가 돼있지 않고 연극 인구의 층이 얇아 기성극만의 전문공연이라기보다는 몇몇 연극인의 자위 행위에 머물러있는 정도다.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지방연극이 서울과 균형을 맞춰 발견하려면 우선 중앙극계와의 교류가 선행돼야한다.
또 거의 단결되어있는 지방극계끼리의 교류도 활발해져야 서로 자극, 「우물안 개구리」식의 안일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
그 한 방법으로 지방극단을 하나씩 양념처럼 끼우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연극제를 아예 서울 연극체와 지방연극제로 이원화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