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관광지…소란·폭력은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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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바가지요금, 청객행위, 술취한 부인네들의 볼상사나운 춤사위, 고성방가, 관상수·수석 등의 불법채취-.
관광지하면 으례 떠오르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정화의 새물결에 차츰 씻겨나가고 있다.
가을단풍 관광지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전북 정읍군 내장산국립공원에는 2O일쯤부터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 하루평균 10만여명의 관광인파가 몰려들고 있으나 종전의 혼잡이나 무질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매표소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3km의 포장도로는 간혹 한두대씩의 얌채 자가용들이 드나들뿐 대부분이 매표소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위경치를 둘러보며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전주시 인후동 정순명씨(43)는 지난 주말 타도 체전참가선수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가 체전이 열린 전주시 이상으로 깨끗하게 단장된 관광지 모습에 어깨가 으쓱해 졌다고 자랑했다. 2년만에 다시 찾았다는 정씨는 전처럼 대낮부터 술에 취한 불량배들이 시비를 걸거나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업소의 횡포를 걱정했으나 너무나 달라진 것을 보고 자신이 다른 곳에 가지 않았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국민투표가 있었던 22일 가족들과 함께 온 양정모씨(52·이리시 창인동)는『계곡가 아무데서나「텐트」를 쳐놓고「기타」와「카세트」로 시끄럽게 떠들며 놀던 청소년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야영장에서 질서 있게「캠핑」을 하고 가지째 꺾은 감을 들고 다니던 모습대신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고 관광객들의 수준이 많이 나아진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관광「호텔·카지노」를 둘러싸고 폭력이 끊이지 않았던 속리산국립공원도 지난8월 지역주민·법왕사 스님·업소대표 등으로 관광정화위원회가 구성되면서「주먹」들은 모두 순화교육장으로 들어갔고 각 업소들은 종업원의 장발금지·복장단정·청객행위 및 바가지요금 근절 등을 스스로 지키기 시작했다.
보은경찰서 내속리지서는 그후「지역정화신고창구」를 설치, 관광객들과 주민들로부터 각종 부조리신고를 받고 있으나 2개월이 지나도록 단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서장 박익현 경위는『폭력배들이 뿌리 뽑히면서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질서도 사라져 고찰주변다운 분위기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차분해졌다. 속리산의 경우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30%쯤 줄어들기는 했으나 경내에 북·장구·「카세트」·「기타」를 갖고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관리사무소에서 단속을 하는 대신 관광객들이 자진하여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절입구에 늘어서 기념「메달」·「배지」등을 강매하는 잡상인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관리사무소장 서정구씨(59)는 예년의『관광「피크」에는 하루 2「트럭」분의 쓰레기가 나왔으나 요즘에는 반 「트럭」도 안된다』며『관광객들의 공중도덕심이 그만큼 나아진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최대의 관광지인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도 왕복 항공편대신, 여객선을 이용하는 등 절약풍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규모단체 관광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신혼부부들도 4박5일 정도가 보통이었으나 요즘은 2박3일로 일정을 단축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또 한라산의 희귀 식물을 마구 캐내던 몰지각한 등산객들도 지금은 자연보호에 앞장서 황폐위기에 놓여있던 백록담이 원시의 제모습을 되찾고 있다.
15년 동안 안내인 겸 사진사를 해왔다는 박일화씨(52)는『관광·유흥업소들이 지금까지의 방종에서 벗어나 미풍양속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고 관광객들도 적극 협조하여 말 그대로의 국민관광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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