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황 방문 계기로 우리를 돌아보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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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거대한 질문의 벽’을 마주하게 됐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칠죄종(七罪宗) 중 그 자체가 죄이면서 다른 죄의 근원이 되는 교만과 탐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자성하는 고해성사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가톨릭에선 모든 악은 교만에서 시작되고, 탐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만이 불완전한 자신에게 사로잡히는 것이라면, 탐욕은 물질과 헛된 망상에 현혹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세월호 참사 등도 이 같은 인간의 악마적 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몇 달 일찍 입대했다는 이유로 후임병을 폭행할 수 있다는 교만과 이를 통해 ‘존재 의미’를 찾으려 했던 사병들의 어처구니없는 탐욕. 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축소·은폐에 급급했던 군 간부들의 모습 속에서도 교만과 탐욕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몰두했던 한 종교지도자의 비극적인 종말에서 우리는 인간의 교만과 탐욕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과정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목도했다. 금품 로비를 받고 법 개정을 해 준 혐의로 검찰수사의 대상이 된 야당 의원들이나 ‘철피아’라는 오명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아들 집에 돈다발을 숨겨 놓았던 여당 의원들의 비리를 보면서 많은 국민은 권력의 끝없는 탐욕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자신들의 공적 지위를 사적인 치부(致富)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파렴치한 행위에 “인간은 변덕스럽고, 거짓말쟁이이며, 탐욕으로 가득 찼고, 이런 탐욕은 원수의 약탈보다 더 해롭다”는 마키아벨리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염치를 알고 의리와 지조를 중요시했던 우리의 선비정신은 다 어디로 가고, 인권을 짓밟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횡행하게 된 것인가. 불가(佛家)에서 그토록 경계했던 탐(貪)·진(瞋)·치(痴)의 삼독(三毒)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면서 남의 것을 탐내고, 사소한 것에 화내는 어리석음이 판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우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종교적 의미 이상의 사회적 함의(含意)를 지닌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은 “왜 세계는 프란치스코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고통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용기와 희망이 담긴 그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판 세월호 참사로 194명의 희생자를 냈던 2004년의 크로마뇬 화재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충분히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맞아 숨지고, 수학여행 길에 바다에 빠져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충분히 울었는지 반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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