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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0억+코치' 판 마르베이크 결단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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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제 공은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62·네덜란드) 감독에게 넘어갔다.

 이용수(55)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5일 네덜란드로 출국해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 1순위 마르베이크를 만난 뒤 6일 귀국했다. 이 위원장은 7일 “합의나 결론을 도출한 것은 없다”면서도 “마르베이크가 한국 감독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의 결심이 계약 성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일주일 안에는 결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마르베이크 감독의 선택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축구협회는 약 20억 원의 연봉을 주고 코치진 구성을 상당 부분 맡기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마르베이크 감독이 거절할 경우 2, 3순위 후보와 협상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마르베이크를 1순위로 접촉한 이유로 월드컵 결승 진출을 꼽았다. 마르베이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축구는 추하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축구 철학을 지닌 그는 화려함보다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한다. 거스 히딩크(68) 감독은 “눈이 즐거운 축구는 아니지만 비범한 경기를 펼친다”고 평가했다.

 현역 시절 미드필더로 뛰며 A매치 1경기 출전에 그친 마르베이크는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지휘봉을 잡고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끌며 ‘토너먼트 강자’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유로2012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고, 함부르크(독일)에서 성적 부진으로 부임 143일 만에 퇴진했다.

 마른 체구에 백발을 휘날리며 노타이 차림을 고수하는 그는 성격도 패션만큼이나 강하고 직설적이다. 좀처럼 웃지 않고, 기자가 어설픈 질문을 던지면 “내가 열 번도 넘게 했던 이야기다”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선수 선발 최우선 기준은 ‘인성’이다. 그는 함부르크 부임 첫날 선수단 인성 테스트를 실시했다. 선수들은 사랑·가족·권력욕·복수심 등 일상생활 관련 128개 질문에 답해야 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인성 테스트는 주장과 페널티킥 키커를 정하는데 긴요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감독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수단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네덜란드 감독 시절 사위인 판 봄멀(37)을 지나치게 중용했다가 반감을 샀고, 아리언 로번(30)에게 “닥쳐”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페예노르트에서 송종국(35)·이천수(33)를 지도했던 마르베이크는 지난해 함부르크 시절엔 손흥민(22·레버쿠젠)에게 3골·1도움을 허용하며 3-5 패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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